야구는 왜 재밌나? [최강야구]
티븨중독자의 티븨리븨유 (2)
나는 요즘 야(구에미)친놈이다.
내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친구 한 명이 있다. 그녀는 언젠가부터 야(구)빼(면)시(체)였다.
어찌 보면 내가 야구에 관심이 생긴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서로 재밌다고 하는 넷플릭스를 추천해줘도 아닐 것 같으면 절대 안 본다.
예를 들어 나는 슈츠를 밤을 새워가며 몰아봤지만 아마 그녀는 손도 안댔을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굿플레이스가 재밌다고 했지만 나는 1화를 보다가 나가기를 눌렀다. 몇년을 재밌다고 외쳐도 시작도 안하는, 취향에 있어서 똥고집같은 면이 있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싶은 말은, 야구를 좋아하게 된건 친구 몫 반, 내 몫 반이라는 것이다. 20여년을 아빠랑 함께 살며 아침 저녁 스포츠 뉴스 각종 k 리그 경기, epl, 라리가, 리그앙까지 직간접적으로 본 축구 경기만 못해도 만개는 넘을텐데 축구는 이렇게까지 재밌어한 적이 없다.
그래서 너무 궁금해졌다.
대체 나는 야구를 왜 재밌어하는가?
또 탐구 정신이 발동했다.
가끔 이렇게 탐구 레이더에 걸리는 것들이 있다.
곰곰히 생각을 해봤다.
여타 구기종목과 야구가 다른 점들을.
첫번째. 야구공은, 다른 공들처럼 ‘어디로 들어가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한것이다. 축구, 농구, 골프만 생각해도 공이 특정 구역으로 들어가야한다. 그러니까 대부분의 구기 종목은 오로지 ‘특정 구역에 공을 넣기 위한' 싸움이다.
그러나 야구는 사람이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뛸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공의 위치이다. 그 위치가 바로 선수들의 움직임을 결정한다. 그러니까 공이 글러브 안에 있을 때에는 꼼짝 못하는 좀비였다가, 글러브 밖으로 나오는 순간, 혹은 공중에 뜨는 순간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 찰나의 변화가 사람을 참 쫄깃하게 한다.
두번째, 공 수가 완벽하게 분리되어 진행되는 스포츠는 없다. 한 팀에 공격과 수비를 담당하는 파트가 나눠져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축구나 배구를 생각하면 쉽다. 그러나 야구는 야수가 점수도 내야되고 뛰어야되고 수비도 해야한다.
대신 투수는 공만 던진다. 처음에는 투수가 제일 좋은 역할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투수는 아무리 잘해도 절대 공격을 할 수 없다. 상대팀 응원가만 들으면서 혼자 묵묵히 막아내는 그 모습이 아마 투수를 더 빛나게 만드는 것 아닐까?
그리고 세번째. 공을 놓쳤는지, 혹은 공이 어디로 들어갔는지로 점수를 내는 구기종목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야구는 다르다.
사람이 들어왔는지 아닌지로 따진다. 그러니까 점수 한 점이 사람 한 명이다. 공은 구장 밖으로 나가도 상관 없지만 사람은 무조건 홈을 찍어야한다. 세상에 이런 스포츠가 어디있는가?
또 진루 측면에서 보면 야구는 일종의 땅따먹기다. 주자가 누를 밟고 홈까지 들어오면 1점. 그러니까 수비가 지배한 구장에서 공격 진영이 서서히 자기 영역을 넓혀가는 것이다.
통제된 움직임, 공간 정복, 공보다 중요한 사람의 움직임. 이런 요소들이 다른 구기 종목들과는 색다른 재미를 준다. 공도 중요하지만 사람도 중요하다. 축구 선수들보다 야구 선수들이 유독 친근한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마지막 매력을 꼽으라면 직관은 단연 오랜 경기시간과 어우러지는 간식타임 :) 일 것이지만, 최강야구 프로그램만 놓고보자면 조금 다르다.
내가 느낀 것은,
"은퇴한 선수들이 뛰는 경기" 에서 오는 짠함, 어떻게든 해내려는 의지, 그러나 따라주지 않는 신체적 조건에서 오는 안타까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내려는 '중꺾마'의 자세.
또 프로 입단을 간절하게 바라는 영건들의 노력. 돈을 내고 야구를 한다는 독립리그 선수들과 아마추어 선수들의 야구에 대한 애정까지.
어떤 한 분야에 소위 말해 미쳐있는 사람들, 삶이 곧 그 분야인 사람들의 모습에 때때로 감동을 받는다.
그리고 김성근 감독님을 보며 그런 생각을 한다. 내가 80세가 넘어서도 누군가 나에게 믿고 맡길 일이 있을까? 그 정도로 신뢰를 얻으려면, 그리고 지속 가능하려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직도 야구가 재밌다'는 그를 보며 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빠르게 돌아가는 프로 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지루해하고 예능 색이 짙게 묻어나는 편집을 싫어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내가 최강야구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감동 때문이다. 자의든 타의든 한 분야에 삶을 던진 사람들의 이야기는 매번 감동과 영감을 준다.
궁금하다면 월요일 밤 10:30분에 도전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