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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숲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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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Feb 25. 2024

달빛처럼 눈이

  일기예보가 수시로 바뀐다. 이틀 눈 내린 뒤 당분간은 눈이 없구나, 했는데 하루 사이 다시 눈 예보가 떴다. 대보름 밤, 달빛 대신 눈이 내린다는 예보. 달빛이 없어도 밤의 어둠은 밝았다. 달빛처럼 은은하게 밤을 밝히는 눈이 새벽까지 또 사뿐사뿐 온누리를 디뎠기에.  

   

  겨울과 봄의 골목, 2월에서 3월 사이 눈은 대체로 푸짐하다. 이틀하고 루 더 내린 눈 20센티 넘게 쌓였다. 봄눈이 풍성하면 풍년이 든다니 복을 주는 눈이기도 하다. 쌓인 눈이 많아도 곧 기온이 오를 것이라 부담이 적다. 눈을 치우다 말고 한갓지게 산책을 나서도 된다.  

   

  장화에 아이젠을 차고 가까운 산마루까지 걸어갔다. 시야가 저절로 넓어지고 멀어졌다. 겹겹이 묵화 같은 선으로 이어진 하얀 능선들. 아주 멀리 가야 만날 것 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 내 속의 나를 만났다. 이런 순간을 살고 있다는 자각.

  

  방향이 필요 없다. 2월에서 3월 사이. 어디를 향해도 겨울이 가고 있다. 어디를 향해도 봄이 오고 있다. 골목에서 마주친 이웃처럼 아쉽고도 반가운, 이 골목의 정서가 좋다.      



  

눈이 내리고...

  

또 내려...


묵직해진 숲


눈 치우다 말고...


산책을 다녀왔더니... 고마운 이웃 분이 사발이 타고 제설을 해 주고 계셨다.


달빛처럼 눈이 소복한 수래나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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