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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름나무 Mar 31. 2024

봄이랑 달래장이랑

  비가 차례 내리더니 완연한 봄날씨가 되었다. 하고 온화한, 씨 뿌리기 아주 적기인 날. 밭 한쪽을 일궈 추위에 강한 작물들 씨를 뿌렸다. 루꼴라, 고수, 청갓, 얼갈이배추, 서울배추, 파슬리, 상추. 올해 텃밭 농사가 이로써 시작되었다. 당근 씨는 지난주에 이미 뿌렸으니 선두인셈. 어떤 애들부터 고개를 내밀까, 기다림이 생겼다.


 기다리지 않아도 마당 주변 숲엔 이미 반가운 모습들이 나와 있다. 마당 복숭아나무는 꽃눈을 자잘하게 내밀었고,  냉이 방가지똥 꽃다지 달맞이꽃 아기별꽃 무리도 길을 따라 돋았다. 나물거리를 할 만큼 자라진 않았어도 봄 느끼기엔 충분하다. 길 따라 걸으며 보고 또 다. 아직은 한가로운 산골의 봄.


 눈으로 즐기는 것만으론 허전하. 읍내 마트에서 달래 한 묶음을 사 왔다. 아직 매화도 피지 않은 산골. 마당 달래를 만나은 더 기다려야 한다. 트 달래는 키가 너무 크다. 반으로 뚝 잘라놓고 손질을 한다. 알뿌리에 붙은 은 알갱이 떼어내고 썬다. 통통한 알뿌리는 콩콩 찧어 다진다. 홍고추도 다져 넣고 간장을 붓는다. 봄 향기 알싸한 달래장이 만들어졌다. 콩나물밥도 하고 무밥도 하여 달래장을 얹는다. 롱하던 눈앞이 밝아진다.


  봄은 치 않다. 눈앞은 자주 흐리고 몸도 어딘가 결리고 무겁다. 나만의 사정일 수도 있지만 주변 사람 반응도 비슷하다. 우내 가만 웅크렸던 몸과 마음을 펼쳐야 하니 그런 것일까. 새잎을 내고 꽃을 피우는 과정도 수월한 것은 아닐 것이다. 때가 되면 이루어지는 자연의 모습. 덤불을 거두고 씨를 뿌리는 나도 그 속에 있다. 겨우 시늉만 하는 것이지만 멀리서 보면 자연스러울 것이다. 서로 그렇게 바라본다.

  



달래를 깨끗이 씻어


뿌리에 붙은 검은 알갱이를 떼어내고


알뿌리는 콩콩 찧고 다져서 양념장을 만든다


콩나물밥이랑 달래장이랑


달래 알뿌리를 남겨 마당 구석에도 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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