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마당에서 가장 많이 뜯고 있는 나물은 돌나물이다. 나무 그늘 아래는 물론 마당가와 텃밭 주변에도 돌나물이 계속 돋고 있다. 날마다 한 바가지씩 캐도 될 양이다. 풋풋한 풀향이 물씬 나는 돌나물. 돌나물은 이름이 많다. 돗나물 돋나물 돈나물.그중 가장 내 마음에 드는 이름은 돌나물이다. 돌틈에서도 잘 자라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비 오는 날 맑게 씻긴 돌들 사이 통통한 초록빛 돌나물이 촘촘하게 돋은 모습은 감탄을 자아낸다.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싶게 예쁘다.
"뭘 감탄까지 해."
옆에서 함께 돌나물을 따던동생은 말했다. 넌돌나물에 대한 감상이 없냐 물었더니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맛있겠다 정도란다. 나는 맛에 대한 기대보다는 나물을 하는 그 순간이 좋다. 풀 냄새와새소리, 바람을 느끼며 싱그러운 돌나물을 한 송이씩 따고 있는 것. 그럴 때면 세상 잡다한 것들이 물러나고 오직 돌나물과 나만 있는 것 같다. 돌나물뿐만 아니라 개망초도 쑥도 마찬가지다. 나물 삼매경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다.
먹기 위해 푸른 잎을 하나씩 모으는 행위엔 순수한 몰입이, 기쁨이 있다. 개체의 삶을 넘어생명에 내재된 본능같은 것도 느껴진다. 먹잇감을 감지하여 풀숲에 엎드린 동물이나 덩굴손을 내어 나무를 타고 나아가는 식물처럼. 그런 내말에 동생은 우리도 동물이니까 하고 말했다. 동물이 특정 대상을 보고 기분이 좋다는 건 그것이 자기 생명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꽃도 나무도 그래서 보기 좋은 거라고.
어째 설득력이 있다.돌나물 역시 우리에게 도움이 되기에 보기 좋다는 말. 여러 좋은 성분을 갖춘 돌나물은 특히 칼슘을 많이 함유하고 있다고 한다.무려 우유의 두 배라고. 돌나물 먹는 방법은 단순하다. 씻어서 초고추장과 함께먹기도 하고 물김치를 만들기도 한다. 양파를 새콤하게 절여 돌나물과 섞어도 좋다. 양파 초절임 비율은 설탕 1, 사과 식초 1, 소금은 4분의 1. 양파를 충분히 절인 뒤 돌나물을 섞는 것이 포인트. 미리 섞으면 돌나물이 푹 절여져 볼품 없어진다.돌나물 양파 샐러드를 잔뜩 만들어 놓았다. 먹기 직전 올리브유를 둘러 상큼하게 먹기도 하고, 고추장을 넣어 비빔국수를 해 먹기도 한다. 오월 푸름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 아직은 약간 연한 신록의 빛. 그 빛깔을 음미하고 싶다면 돌나물 샐러드어떠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