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하우스는 왜 초대장을 2장만 줄까?
2021년 2월 현재, 가장 뜨거운 서비스는 단연 클럽하우스다. 누군지 모를 다만 뮤지션의 향기를 물씬 풍기는 한 남자의 얼굴이 한 주 동안 110만 번 다운로드됐을 정도다. ‘나 클럽하우스 한다’는 인스타나 트위터를 올리면 ‘초대장 달라’는 DM이 빗발치는 요즘. 클럽하우스는 대체 왜 1인당 뿌릴 수 있는 초대장을 2장으로 한정한 걸까?
클럽하우스는 음성 기반 폐쇄형 소셜미디어 즉, 초대받은 사람만 사용 가능한 음성 채팅 서비스다. 한국 유저 1호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그는 ‘클럽하우스를 잘 쓸 것 같은 사람에게 초대장을 줄 것’이라는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고, 그 결과 (스타트업 혹은 인싸 씬에 관심 있는) 모두는 클럽하우스 초대장을 갈망하게 되었다. 카더라에 따르면 누군가는 이 초대장을 100만 원에 판매하려 하기도 했다고.
바로 이 ‘초대’가 클럽하우스의 시작점이다. 클럽하우스 유저가 가입 직후 받는 첫 번째 메시지는 초대에 대한 것이다. ‘너에게 2장의 초대장을 줄 테니 주위 사람 중 클럽하우스를 가장 잘 이용할 것 같은 2명을 초대하라.’ 여기에는 중요한 조건이 있다. 바로 초대를 할 대상이다. 제일 친한 친구, 동창, 연락처가 있는 아무나는 안 된다. 클럽하우스를 가장 잘 이용할 것 같은 사람이어야 한다. 이 메시지에는 2가지 효과가 있다. 유저 한 명에게 주어지는 초대장이 단 2장뿐이기에 더 큰 효과다.
1. 서비스 이용 전부터 충성도 폭발
유저는 자신이 클럽하우스에 들어오게 된 이유(=누군가가 나를 클럽하우스를 가장 잘 이용할 것 같은 사람으로 골랐음)를 알게 된다. 자연히 본인을 초대한 사람에 대한 호감이나 신뢰가 서비스로 옮겨온다. 아직 서비스 이용도 하기 전이지만, 서비스와 유저 사이에 꽤나 강력한 연결고리가 생긴 것이다. 유저는 의심 대신 호기심으로 서비스를 탐색하게 되고,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 대신 사용해야 하는 이유를 찾게 된다. 이미 본인은 클럽하우스와 잘 맞는 사람이니 어떤 부분 때문에 그러한지 그 이유를 스스로 찾게 되는 것이다.
2. 충성도 높(을)은 유저만 가입
현존하는 모든 서비스의 고민은 결국 크게 2가지다. 어떻게 새로운 유저를 데려올 것인가, 데려온 유저를 어떻게 코어 유저로 만들 것인가. 클럽하우스의 초대장 전략은 이 2가지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한다. 클럽하우스에는 코어 유저가 될 유저만 들어오기 때문이다. 판단은 서비스를 이용 중인 기존 유저가 한다. 그렇게 클럽 하우스는 자신들의 핏에 맞는 유저만으로 유저 풀을 넓히고, 그 안은 몇 다리 건너면 아는 사이인 유저들로 채워진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고민인 수질 관리까지 한 번에 해결되는 것이다. 익명성이라고는 제로에 수렴하는 곳에서 제 얼굴에 먹칠을 할 수는 없으니까. (A가 정책을 어기면 A를 초대한 B까지 탈퇴시켰다는 서비스 초기의 강력한 정책은 이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었을 듯)
또 하나 특이점이 있다. 클럽 하우스는 방에서 이루어지는 음성 채팅과 팔로우, 클럽 외에 다른 부가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유저들의 행동 흐름을 아주 좁게 제한하는 것인데, 다양한 기능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장려하는 다른 SNS와 확실히 다른 부분이다. 그리고 이는 위에 말한 초대장 효과와 맞물려 서비스를 유지하는 매우 크고 튼튼한 톱니바퀴를 만든다. 크게 2가지 효과를 노린 전략이다.
1. 진짜 양방향(like 전화 통화)으로 유저 락인
대부분의 SNS는 양방향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반쪽짜리 양방향이라 할 수 있다. 서로 대화하지만, 그 대화가 동시에 이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게 SNS가 현실을 이길 수 없는 이유이자, 클럽하우스가 다른 SNS와 달리 현실과 결줄 수 있는 지점이다.
클럽하우스는 여러 기능을 제한해 동시성이 갖춰져야만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도록 했다. 클럽하우스는 누군가가 콘텐츠를 남기고, 다른 누군가가 그를 확인해 피드백하는 방식이 아니다. 클럽하우스에서는 누군가와 대화하려면 그와 동시에 클럽하우스에 접속해야만 한다. 클럽하우스는 녹음도 불가능해 대화가 이뤄지는 시점에 대화에 참여해야만 대화를 들을 수 있다. 동시성과 휘발성이다.
이에 따라 클럽하우스를 즐기는 2가지 방법이 생긴다. 1. 참여하고 싶은 대화를 만날 때까지 서비스 탐색하기 2. 스스로 대화를 주최하기. 하나는 유저의 접속 빈도와 체류 시간을 늘리고, 하나는 적극적 유저를 만든다. 둘의 비중이 적당히 맞아떨어져야 서비스가 돌아갈 텐데, 클럽하우스의 핵심 유저는 인싸라 전혀 무리가 없다.
2. 안팎에서 커지는 소속감
동시성과 휘발성의 마법 덕에 클럽하우스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가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외부 채널에 의존해야 한다. 이는 서비스 내에 유저들을 가두려는 다른 서비스들과 극명히 다른 점인데, 클럽하우스는 아예 바이오(=자기소개)에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계정을 등록할 수 있도록 해뒀다. 사람들은 룸에서 만나 수다를 떨다 자연스럽게 서로의 인스타에 방문하고 DM을 주고받는다. 유저가 서비스 밖으로 빠져나가게 하는 서비스라 생각할 수 있지만 아니다.
외부 SNS는 클럽하우스에서의 인연을 이어가는 용도로만 쓰이지 않는다. 역으로 유저들은 타 SNS를 클럽하우스에서의 만남을 위한 채널로 사용한다. 인스타, 트위터 프로필에 클럽 하우스 계정을 등록해두거나 카카오 오픈 채팅방을 통해 클럽 하우스 일정을 논의하는 식이다. 이런 특징은 유저들에겐 소속감을, 미유저들에겐 가입 욕구를 배가한다. 클럽하우스 유저들에게 클럽하우스는 하나의 커뮤니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자랑할 만한. 유저들은 소속감을 느끼며 이 소속감을 드러내고 싶어 한다. (엘론 머스크와 같은 한정판 커뮤니티에 속해있다니. 자신이 인싸라는 증거 중에 증거다!)
(예시. 한국 스타트업 대표들이 추천한 책)
클럽하우스는 마구잡이로 유저 풀을 넓힐 생각이 없어 보인다. iOS로 OS를 제한한 것만 봐도 그렇다. 정확한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서비스 내 인싸들에게 추가 초대장을 보며 유저 층도 확실히 관리하고 있다. 현재 기준 클럽하우스에서 선택 가능한 관심사 분류는 14개. 클럽하우스가 원하는 유저의 프로파일이 바로 이 관심사라 볼 수 있다. 클럽하우스가 생각하는 인싸의 기준이기도 하다. 클럽하우스가 이토록 핫한 것을 보면 대충 맞는가 보다.
적당한 시점에 적당한 방식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새로운 SNS. 클럽하우스의 전략은 언제까지 유효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