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살이 7개월 동안, 30번 이상 사진 찍어 보내기 프로젝트 첫 번째
나를 찾아가고, 더불어 각 잡고 사진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인적인 다짐,
Street photographer가 되어 30팀 이상 사진을 찍고 보내드리기 목표를 세웠다.
처음 카메라를 구입하기 전 조언을 주셨던 한 지인분 왈, '취미로 사진을 찍는 것'은 사진을 '시간을 내어' 찍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되고 싶었지만 일이 바쁜 관계로 불가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여행 갈 때만 사진을 찍었었고 그 첫 타임이 일본 후쿠오카였다. 그 여행기간 동안 매일 기본 200장 이상 찍으면서 세상 행복했지만, 현실 복귀 이후론 카메라를 들지 못할 정도로 바쁜 생활 연속이었다. 그렇게 나의 사진 타임이 정지된 지 두 달, 정말 감사한 기회로 미국으로 파견연구를 오게 됐고 나는 지금 인생 역대급의 여유로움을 누리게 되었다.
사실 파견연구를 가게 되면,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주요 데이터를 뽑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걱정근심 한 트럭이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생각지도 못한 여유로움이 나를 반겨주었다. 한국에선 연구 이외의 연구실 행정일(aka 잡일), 과외 등등 수많은 멀티업무에 시달렸었는데, 여기선 순수하게 연구만 할 수 있으니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행복했다.
일생동안 살면서 한 가지 일만, 그것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을 나를 위해서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2024년 새해에 다짐한 올해의 목표, 자신의 회복. 지금 여기서라면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키워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에 젖고 있을 때쯤, 어느 주말, 샌디에고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La Jolla Cove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던 나는 첫 번째 미국에서의 '나의 회복' 행동을 만나게 되었다.
일단 해변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정말 '와'였다. 일단 미국이라서 그런지 자연 풍경도 스케일이 남달랐고, 무엇보다 내가 정말 바다를 사랑한다는 걸 진하게 느꼈다. 비록 수영을 못해 100% 바다를 즐길 수는 없지만, 두 눈에 이 절경을 담는 것만으로도, 사진으로 물리적 기억저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이번에도 우연히,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온, 모르는 사람의 행복한 순간. 일본 여행 때처럼 나도 모르게 사진을 담았고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가 작은 행복을 전달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나의 작은 사진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기념일 추억이 되기도 했고, 우버를 기다리는 순간에 다가온 귀여운 기억으로 남기도 했으며, 첫 만남의 풋풋한 시간을 담은 좋은 선물이 되었다.
전심으로 그들을 위해 셔터를 누르고, 최적의 각도와 색감으로 보정하여, 이 사진들을 받는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송을 누르는 그 모든 과정이 '즐겁다'라는 감정을 뛰어넘은 몽글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너무나도 예쁘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답장을 받으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진화했다.
사실 사진을 찍는 게 행복하다는 건 일본여행에서 너무나도 깊게 느꼈었다. 하지만 인간의, 그 찰나의 행복감은 정신없는 일상과 함께 빛이 바래져 가는 것 같다. 인생의 우선순위가 일로 치우친 채 '나'의 균형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행위의 주체가 '나'이기에 혼돈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마치 주어와 동사를 잃어버린, 무슨 말과 어떠한 목적을 가졌는지 파악할 수 없는 문장같이 말이다.
연구하는 '일'이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내가 될 수 없고, 내 전부가 그것으로만 채워지기엔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란 걸 스스로가 잘 안다. 이전까지 여러 번의 슬럼프가 왔었고, 그 모든 시작점은 '연구가 제일 좋은 나'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의 균형이 깨지면서 시작됐다. 어쩌면 이 균형이 쉽게 깨지는 이유는,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를 확실히 알아본 적이 없어서. 또는 알아도 그때뿐이고 그것을 키워서 또 다른 나의 특성으로 만드는 데 투자하지 못해서라 생각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나' 캐릭터에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작가'라는 캐릭터는 주변을 바라보고, 특히 사람들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는 나 자신이 너무 행복한 것 같아 첫 번째로 새롭게 넣게 되었다. 더불어 주변을 넓게 바라보는 이 행동이, '연구하는 나'가 일이 안 풀릴 때 나오는 '계속 파고드는 좁은 시야'라는 안 좋은 습관을 해소시킬 수 있는 소화제 역할을 해줬음 하는 바람이다.
사진: La Jolla Cove, San Diego, 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