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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dith Aug 14. 2024

안녕하세요, 행복을 담아주고 싶은 초보 사진작가입니다.

미국살이 7개월 동안, 30번 이상 사진 찍어 보내기 프로젝트 첫 번째

나를 찾아가고, 더불어 각 잡고 사진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개인적인 다짐, 

Street photographer가 되어 30팀 이상 사진을 찍고 보내드리기 목표를 세웠다.



 처음 카메라를 구입하기 전 조언을 주셨던 한 지인분 왈, '취미로 사진을 찍는 것'은 사진을 '시간을 내어' 찍는 것이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되고 싶었지만 일이 바쁜 관계로 불가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여행 갈 때만 사진을 찍었었고 그 첫 타임이 일본 후쿠오카였다. 그 여행기간 동안 매일 기본 200장 이상 찍으면서 세상 행복했지만, 현실 복귀 이후론 카메라를 들지 못할 정도로 바쁜 생활 연속이었다. 그렇게 나의 사진 타임이 정지된 지 두 달, 정말 감사한 기회로 미국으로 파견연구를 오게 됐고 나는 지금 인생 역대급의 여유로움을 누리게 되었다.


 사실 파견연구를 가게 되면, 7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주요 데이터를 뽑아야 한다는 압박감에 걱정근심 한 트럭이 내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다. 그러나 막상 와보니 생각지도 못한 여유로움이 나를 반겨주었다. 한국에선 연구 이외의 연구실 행정일(aka 잡일), 과외 등등 수많은 멀티업무에 시달렸었는데, 여기선 순수하게 연구만 할 수 있으니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행복했다. 

 일생동안 살면서 한 가지 일만, 그것도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나는 이 순간을 나를 위해서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2024년 새해에 다짐한 올해의 목표, 자신의 회복. 지금 여기서라면 '나'라는 사람을 알아가고 키워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런 생각에 젖고 있을 때쯤, 어느 주말, 샌디에고 유명 관광지 중 하나인 La Jolla Cove에서 가벼운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던 나는 첫 번째 미국에서의 '나의 회복' 행동을 만나게 되었다.


La Jolla Cove 주변 해변가. 날씨도 좋고 물도 맑고 세상 낭만 그 자체.

 일단 해변가에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정말 '와'였다. 일단 미국이라서 그런지 자연 풍경도 스케일이 남달랐고, 무엇보다 내가 정말 바다를 사랑한다는 걸 진하게 느꼈다. 비록 수영을 못해 100% 바다를 즐길 수는 없지만, 두 눈에 이 절경을 담는 것만으로도, 사진으로 물리적 기억저장을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리고 이번에도 우연히,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온, 모르는 사람의 행복한 순간. 일본 여행 때처럼 나도 모르게 사진을 담았고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다가가 작은 행복을 전달했다.

각자의 스토리를 담아서 전달할 수 있음에 행복

 부족한 실력이지만 나의 작은 사진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기념일 추억이 되기도 했고, 우버를 기다리는 순간에 다가온 귀여운 기억으로 남기도 했으며, 첫 만남의 풋풋한 시간을 담은 좋은 선물이 되었다. 

 전심으로 그들을 위해 셔터를 누르고, 최적의 각도와 색감으로 보정하여, 이 사진들을 받는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전송을 누르는 그 모든 과정이 '즐겁다'라는 감정을 뛰어넘은 몽글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기분은 너무나도 예쁘다, 좋은 추억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답장을 받으면 주체할 수 없는 기쁨으로 진화했다. 



 사실 사진을 찍는 게 행복하다는 건 일본여행에서 너무나도 깊게 느꼈었다. 하지만 인간의, 그 찰나의 행복감은 정신없는 일상과 함께 빛이 바래져 가는 것 같다. 인생의 우선순위가 일로 치우친 채 '나'의 균형을 잃어버리면, 아무리 좋아서 하는 일이라도 행위의 주체가 '나'이기에 혼돈이 시작될 수밖에 없다. 마치 주어와 동사를 잃어버린, 무슨 말과 어떠한 목적을 가졌는지 파악할 수 없는 문장같이 말이다.


 연구하는 '일'이 물론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지만, 그것이 내가 될 수 없고, 내 전부가 그것으로만 채워지기엔 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란 걸 스스로가 잘 안다. 이전까지 여러 번의 슬럼프가 왔었고, 그 모든 시작점은 '연구가 제일 좋은 나'와 '하고 싶은 것이 많은 나'의 균형이 깨지면서 시작됐다. 어쩌면 이 균형이 쉽게 깨지는 이유는, 내가 뭘 할 때 행복한지를 확실히 알아본 적이 없어서. 또는 알아도 그때뿐이고 그것을 키워서 또 다른 나의 특성으로 만드는 데 투자하지 못해서라 생각한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나' 캐릭터에 새로운 캐릭터를 추가하고자 이번 프로젝트를 생각하게 되었다. '사진작가'라는 캐릭터는 주변을 바라보고, 특히 사람들의 아름다운 순간들을 담는 나 자신이 너무 행복한 것 같아 첫 번째로 새롭게 넣게 되었다. 더불어 주변을 넓게 바라보는 이 행동이, '연구하는 나'가 일이 안 풀릴 때 나오는 '계속 파고드는 좁은 시야'라는 안 좋은 습관을 해소시킬 수 있는 소화제 역할을 해줬음 하는 바람이다.


사진: La Jolla Cove, San Diego, CA.

*사진을 통한, 순간을 담은 기록: INSTAGRAM @judi_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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