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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Dec 20. 2020

오늘 글을 발행했다

11편 2020-12-20

  

처음 불안장애라는 걸 알게 됐을 때 왠진 모르겠지만 그때를 남겨두고 싶었다. 그때는 진짜 밑바닥이었다.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있을까 싶은 하루하루였다. 밤이면 찬바람이 부는 봄이었다. 찬바람이 불면 내가 바람을 타고 멀리멀리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날아가버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을, 내 일상을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뭔가를 남기지 않으면 내가 사라져버릴 것 같아서 두려웠다.    

  

이 글들에 말미엔 이런 말이 나온다. 내가 이 글을 언젠가 발행할 수 있을까. 가족에게도 숨기며 끙끙 앓았던 병을 고백하고, 도움을 청할 수 있을까. 내가 브런치에 불안장애를 검색해서 이제껏 내 앞길을 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나를 훔쳐봤던 것처럼. 불안장애를 겪는 누구도 잘 조절하면서 일상생활을 하고 있구나. 이 약을 먹고 나만 이렇게 졸린 게 아니구나. 불안이 곧 불행은 아니구나. 이렇게 알았던 것처럼. 이 동질감을 공유할 날이 올까. 정말 궁금했다. 세상은 틀에 들어간 사람들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 아직 어느 자리에도 안착하지 못한 내 글이, 그들에게 가닿을 진 모르겠지만.        


지금도 완치해서 이런 글을 발행하는 건 아니다.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보단 났다. 그때를 0이라고 가정하고 너 지금 몇이야? 라고 물으면, 그래도 지금은 3은 돼. 라고 답한다. 지금은 지하철도 탈 수 있고, 사람 많은 곳에도 갈 수 있고, 어쩔 땐 약을 가끔 까먹고 잠들기도 하니까. 그러다가도 방심하면 불안은 늘 내 차트라를 정확하게 가격하는 방식으로 찾아온다. 이번주도 여러 번 방을 빙빙 돌아야 안심되는 날이 있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관리해서 지금 이렇게 백지를 채우고 있다. 가능하다면 이 카테고리 안에서 불안의 날을 남기고, 날 격려하고 싶다.

    

이런 말도 언젠간 해보고 싶었다. ‘여러분 저 진짜 안 괜찮아요. 그냥 조금 나아졌을 때 최대한 좋은 것들을 꺼내놓으려고 하는 것뿐이에요. 그게 저한테는 세상에 대한 친절이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주는 믿음이거든요. 저 배려가 많이 필요한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조심히 대해주세요.’      


이전에 써놨던 일기를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때는 몰랐는데 나는 너무도 절절하게 괜찮아지고 싶어하고 있었다. 그게 글에서도 너무 간절하게 느껴져서 과거의 나를 안아주고 싶었다. 나중에 이 글을 봐도 그럴까. 안아주고 싶은 순간들을 만들고 싶어서 이런 글을 남기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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