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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un 04. 2022

유진선배

2021년 6월


https://youtu.be/-bbeQpqWyak




 노래 들으면서 신문사 유진선배가 생각나서 일기장을 켰슴니다. 유진선배는 신문사에서  친했던 사람인데효. 그녀는 신문사에 가장  어울리는 인물  한명이었습니다. 신문사에 어울리는 사람이라 함은, 약간의 군기문화에 적응하면서 집단생활에 쉽게 동기화되는 그런 사람이죠. 선배는 저만큼 머쓱한 사람이었서효. ​


선배랑 저랑 등을 마주 앉는 자리에 앉았었는데요. 우리는 좀 마감을 일찍 치는 편이었고 마감을 늦게하는 개자식들때무네 피드백이 늘 늦어졌쬬. 그럼 글을 한 편 쓰고 3시간씩 기다렸다가 고치고, 근데 그 고치는 게 이게 뭐 고치는 게 좋아지는 게 맞는 건가 싶은 종류의 고침이었죠. 그런 부분에서 유진선배와 저는 약간의 피로감과 모야.. 시간 낭비 아냐? 하는 걸 공유했슴니다. 그리고 신문사 특유의 꼰대 문화에 대해 선배에게만큼은 모야.. 고조선이야 모야.. 이런 식으로 욕하기도 했죠.

힘들고 짜증날 때.. 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저는 끊임없이 장난치는 편인데효. 신문사에서 늘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고 있다가 유진선배한테 가서 "선배선배 이거 들어봐요"이럼서 노래를 추천하곤 했답니다. 그때 추천했던 노래가 스웨덴 세탁소의 <두손, 너에게>였어요. 저 노래는 지금도 좋아하는 노래 인데효. 유진선배는 모야.. 김세희 왤케 이상한 노래 좋아해.. 하면서 절 잔뜩 비난했었쬽.. 선배는 최백호를 몰랐고, 최백호를 왠 할아버지 취급했담니다. 다른 신문사 사람들한테도 김세희 노래 취향 이상하다고 놀려댔죠.. 그렇게 놀려대는 시간이 없으면 버텨내지 못하는 그런 공간이었쬽...



마감할  메뉴 주문을 받는데 미리 일을 끝내놓고 기다리는 저나 유진선배가 자주 받았어요.  일찍 집에 가는 건데도 새벽 3? 4 이때쯤 집에 가곤 했답니다. ​


신문사를 나가고 싶다는 말은 신문사에서 완전히 금기어였는데, 저는 자주 선배에게 그만두고 싶다고 말하면서 매주 마감을 보냈죠. (아마도 카톡으로?)​


선배가 여차저차한 이유로 신문사를 나가고, 저는 1주일 후에 나갔어요.  아이러니하죠. 그렇게 성실했던 둘이 끈을 동시에 놓아버렸다는 . 선배가 신문사를 나가는 그럴듯한 이유가 있었지만, 아마 그냥 힘들고  맞아서 나간  거에요. 저도 그랬거든요. 그럴 듯한 이유는 만들기 나름이니까여. 다른 선배들은 설득하려고 했는데. 그냥 정이 떨어져서 나가고 싶은   설득해서 되겠나. ​


저는 그때 하얀 거짓말로 신문사를 나왔는데. 절대 거절할  없을 만한 이유를 댔어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든 상황을 개선시켜주겠다며 머무르게  노릇이었거든요. 그럴려면 결핍에 대충 버터같은  버무려서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나중에 다른 선배들이, 신문사가 아닌 자리에서  이야기를 쉽게 꺼내는  보고 어휴.. 하루 한시라도  어울린  참말로 다행이야. 싶었죠. 열정맨들은 어떤 면에서  단순해요. 컴퓨터 같애. 0 1.  그래서  버티고 성공신화만 써가는 사람들이 싫어! 입체감이 없어 입체감이! ​



선배랑 다른 수업에서 만나면 내적 동질감을 공유하면서.. 신문사 이후에 훨씬  밝고 나아진 모습으로 환하게 인사하곤 했어요.  선배는 족보같은  받을 곳이 없어서.. 아싸 of 아싸인 저에게  수업 족보있냐고 물어봤었쬽... ㅋㅋㅋㅋㅋ ​


그러고 선배랑 한참 지나서 밥을 먹게 됐는데, 뭔가 엄청나게 이전에 비해 밝은 느낌이었고, 또 어느 피자 집에서 알바를 하고 있었고, 그 피자 집 사람들이 조폭이라는 흥미로운 얘길 해줬었쬬. 그때 밥을 사줬는데. 조폭들한테 번 돈으로 ㅠ


잘은 모르지만 선배도 나처럼 여전히 머쓱하게.. 어디서 그렇게 엄청 유명하거나 잘나지 않은 모습으로 살고 있을 것 같은 예감. 다들 정치사회 얘기 떠들 때 일부러 내가 하는 시시한 얘기에 귀기울여줬었쥐. 아마 선배도 나처럼 시시한 어떤 것들에 골몰하면서 살아가고 있겠지. 내가 그래서 선밸 좋아했지. 이렇게 가끔 떠올라도 연락하지 않고 블로그에 혼자 추억하면서. 히히. 백상예술대상에 노래로 나왔으니 이정도면 인싸 노래 아니냐고 따져묻고 싶지만.. 취향 존중이니까.. ^ㅁ^ 유진선배.. <두손, 너에게> 이정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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