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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들렌 Jun 04. 2022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나봐

2022년 5월

어제 유림이랑 무지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유림이도 나도 대게 누군가의 오은영 선생님이라 둘이 만나면 편하다. 우리도 인생에 어려움이 없는 건 아니다. 그니까 애가 금방 어른이 됐지. 각자 잘 소화하는 편이라 만나면 힘든 얘긴 세줄로 말하고 길거리에서 만난 남자 성대모사 이런 거 한다. 난 주위에 웃길 만한 걸 관찰했다가 뽐내는 시간을 갖는다. 그럼 냉정한 피드백이 돌아온다. 너무 다 똑같다고 ㅠ

유림인 요새 독립만세를 다시 보고 있다. 수현이랑 찬혁이 재밌다고. 난 수현이에 많이 이입이 됐다고 했다.

“유퀴즈 보면 집에서 수현이는 언제나 정답이었다고 하잖아. 우리집도 그랬어. 오빠는 좀 예민하고 나약하고 여리고 소위 말하는 남성성이 결여된 장남이라, 그 부분을 내가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 예를 들어 유치원 갈때 8살이 다 돼서도 우는 거야. 할머니가 매일 따로 오빠를 보러 갔어. 네살 때 난 결심했지. 절대 울지 않겠다고. 네살 때 처음 아기스포츠단에 갔는데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았어. 실제로 안 슬펐는진 모르겠어. 재밌게 놀고 적응도 잘하고 수영도 잘하고 그랬지.


그게 안되는 순간이 와. 어느 순간 뒤통수를 탁 때리는 거지. 절대 무너지지 않고 밝고 해맑기만 했는데, 쟤가 왜 저러지?


모두의 돌봄이 필요해지는 순간이 와. 언젠가 그걸 한번은 받았어야 하는 거야. 수현이도 그때 모두가 자길 돌봐주지 않으면 일어설 수 없었을 거라 했는데. 나도 그래. 진짜 내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서 괴로웠어. 그 시간이 필요했어. 이젠 왜 그런지 쫌 알겠어.”



해운대 지나가는데 풍선 터트려서 선물 주는 그런 게 있었다. 풍선소리가 너무 크고 무서웠다. 그럴 때 난 풍선 앞에 가서 더 당당한 척, 안 무서운 척 풍선을 더 쎄게 맞췄다.

“나 저런 풍선 무서웠는데 안 무서운 척 했어. 나 좀 bossy하게 보여야만 한다는 게 있었나봐.

나 놀이공원도 무서워 해. 사람많은 곳도 싫고. 가족끼리 그런 곳에 가면 하나도 재밌지가 않은데 오빠가 아무것도 못타니까 혼자 롤러코스터도 타고 그랬어.”

“나 좀 그런 게 무거웠나봐.”



Bossy한 거 언제든지 연기할 수 있고 나한테 그런 면도 조금 있는데, 매번 그래야하는 게 좀 불편했던 것 같아.

그래서 지금이 늘 제일 편해. 예전엔 내가 뭐가 불편한 지도 모르고 그렇게 흘러가버려야 했는데. 지금은 그래도 쪼끔 대비는 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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