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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석 Apr 13. 2022

일 년의 안부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았다는 알림이 마침내 끊겼네요. 120일 전에 글을 썼다고 알려주더니, 그 뒤 30일 단위로 돌아올 것을 부탁했습니다. 그렇지, 돌아가야지. 그런데 돌아가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니? 라고 혼자 속으로 여러 번 묻고 알림을 꼼꼼히 지웠어요. 365일이 지나자 잠잠합니다. 포기한 것이겠지요.


현재 시각 기준으로 1,187명의 구독자. 부족한 제게 1천 보다 큰 숫자를 안겨준 순간은 아주 오래전입니다. 이제는 글을 올려놓아도 구독자 수의 1퍼센트(후하게 쳐서)만 조회할 뿐이에요. 아쉽거나 섭섭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닙니다. 브런치를 즐겁게 드나들며 읽는 사람이 왜 이렇게 줄었을까 하는 질문을 커서줄 위에 조용히 걸어봅니다.


365일이 지나는 동안 저는 얼마나 변했을까요. 그리고 이곳은 또 얼마나 변했을까요.


너와 나의 세계를 가로 짓는 선이 점점 더 명확해질수록 서글픈 이가 늘어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빈자와 부자, 지역과 서울, 아날로그와 디지털.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고 준비할 기회는 줄어드니 약자는 멀어져가는 강자들을 부러이 쳐다볼 수밖에 없는 거겠지요. 저 역시 늘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쪽입니다.


매년 제가 어디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책을 꼭 한 권은 내야지 다짐했는데, 정말로 그건 잘 지키고 있네요. 직접 쓴 책에는 저자명에 '희석'만 넣고 있습니다. 이 브런치처럼요. 저는 늘 제 유전자 제공자 중 한쪽을 거부합니다. 생득적 특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 열심히 거부하는 쪽을 택하려고요.


무튼 저는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도, 트위터도 참 열심히 하는데 이곳은 왜 열심히 하지 않게 되는 걸까요. 왜 이렇게 질문이 많은 날일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언제 이곳을 아주 오래전처럼 열정을 담아 꾸려 볼지는요. 무책임한 말처럼 던져졌다면 죄송해요. 이제는 쉽게 약속 거는 용기를 잃어버렸습니다. 드문드문, 바람이 잦은 날 오겠습니다.


최근에 찍은 필름카메라 사진을 올려두고 다시 일하러 갈게요. 부디 평온하게 지내셔요. 또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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