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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혁 May 12. 2021

피곤과 피로사이

출근과 퇴근 그리고 졸음

잠은 적고 졸음은 많은 편이다. 점심을 먹고 잠깐 누웠다가 졸음에 빠진다. 혹시 몰라 설정해놓은 알람에 귀가 시끄럽다. 가방을 챙기고 집을 나선다. 출근할 때도 버스에서 빈번하게 존다. 교통카드를 찍는 순간부터 자리를 확인한다. 아니 가끔은 정류장으로 버스가 다가오는 그 순간부터 빈자리를 확인한다. 자리에 앉아서 쉬고 싶다. 졸음에서 일어나 일을 하러 가는 길에도 자리에 앉아서 졸고 싶다. 오는 졸음을 거부하기 싫다. 버스에 앉아서 두 눈을 감고 졸음에 빠진다. 덮어진 시야는 아무것도 바라볼 수 없게 어둡다. 눈꺼풀이 이불이 된다.


그런데 귀는 밝다. 귀를 열어두고 내려야할 정류장이 부르는 소리를 찾는다. 정류장을 찾으면 귀는 어두워지고 눈은 밝아진다. 밝아지지만 맑아지지는 않는다. 눈꺼풀이 무겁다. 눈꺼풀보다 무거운 매장 문을 두 손으로 가벼운 척하며 연다. 매장에서는 커피의 냄새와 사람들의 소음이 뭉쳐있다. 귀가 복잡하다. 고막이 바쁘다.


옷을 갈아입고 근무를 시작할 준비를 한다. 이런 과정이 즐거운 날이 있고 즐겁지 않은 날이 있다. 반복되는 것들은 다 지치는 느낌이다. 앞치마를 두르고 반복된 인사를 전한다. 매장을 들어오는 사람들에게는 ‘환영합니다.’라는 인사를 전하고 매장을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라는 인사를 전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환영한다는 인사의 말을 전한다.


사실 환영하는 마음이 가득하지 않은 날들도 있다. 그래도 행복한 하루가 되라고 말하는 마음 중에서는 대부분은 진심이다. 행복한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매장을 나가는 고객도 매장을 지키고 있는 나도. 그렇게 반복된 커피 추출과 세척, 쓰레기를 줍고 분리수거를 하고 마지막까지 청소를 마치고 매장을 나선다. 모든 불이 잠든 매장은 역시나 어색하다. 매장도 피로를 충전할 시간이 필요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따릉이를 탈 것인지 버스를 탈 것인지 생각한다. 따릉이의 자유로움이냐, 버스의 약간의 안락함이냐를 생각하다 버스를 고른다. 조금이라도 쉬고 싶다. 교통카드를 찍고 자리를 찾는다.


퇴근하는 버스에서는 조는 일은 많지 않다. 정신이 잠들지 않은 채로 집으로 돌아온다. 씻는 일을 미루지 않고 해치운다. 하루의 고됨을 온수로 녹인다. 방으로 돌아와 방의 불을 끈다. 어두워진 방에서 스탠드를 찾는다. 스탠드의 약간의 불빛이 방안을 채운다. 소설을 몇 장 읽고 에세이를 몇 장 읽는다. 속으로는 ‘자야 하는데, 자야 하는데’ 를 반복한다. 스탠드의 불을 끄고 방을 다시 암흑으로 채운다. 스마트 폰을 들어 유튜브를 항해한다.


수상한 밤들이 나를 채운다.


낮에는 잠을 찾아 그렇게 졸았으면서 밤에는 잠들지 못한다. 일찍 잠들어 버리면 바로 내일이 시작된다. 오늘이 시작된 것이었는지도 모르게 하루가 흘렀는데 그렇게 시작되는 내일이 싫다. 내일은 어떤 답답함으로 채울까. 나는 모순으로 가득하다. 피곤한데 피곤하지 않다.


사실 피곤한 것이 아니라 피로하다.


#2분30초안에음료가나가지않으면생기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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