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훗날 우리> 그리고 서울
첸징과 샤오샤오는 왜 베이징에서 살고 싶었을까. 첸징은 왜 첫 월급부터 집을 사기 위해 고군분투했을까. 나는 그 마음이 조금 보인다.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도 사람은 태어나면 서울로 보내라. 사람이 지내는 곳이 있는 것일까. 왜 베이징을 꿈꿨을까. 이제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나는 앞으로 서울에 살 수 있을까 고민한다. 자주 들어가 보는 부동산 어플을 통해 집을 알아볼 때마다 한숨을 동반한다.
엄청난 집값 폭등으로 전세와 매매가 상상할 수 없이 높다. 대출을 받지 않고 내가 반세기를 일해서도 벌 수 없는 돈이다. 집값은 꾸준히 올라갈 테니까.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조금 저렴한 서울이 아닌 곳은 어떨까. 서울은 조금 벗어난 수도권 모든 곳도 내가 집을 사기에는 너무 비싸다. 집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집을 사는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부족한 문제로 봐야 할까. 아무튼 서울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학군과 문화시설, 각종 대학병원과 교통시설 여러모로 한국 사람이 가장 살기 좋은 곳인지는 모르겠지만 편한 곳은 맞다. 그것을 떠나서.
나에게 서울은 떠날 수 없는 곳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향이다. 엄마와 아빠가 이천과 대구에서 올라와 서로 만나 나를 만든 곳. 그리고 나를 키운 곳이다.
작게는 나의 모든 생활권이 있는 곳이다. 서울을 떠나서 산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남들은 강원도나 경기 북부로 군 생활을 하러 가는데 나는 논산에서 훈련받던 4주를 제외하고는 군 생활 조차도 서울에서 했다. 내 고향 서울은 나에게 그런 도시다.
현실의 벽에 부딪칠 때마다 서울을 떠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고향을 타의로 떠나게 되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그것도 다른 이유가 아닌 단지 '돈' 때문이라면 말이다. 그렇다면 내가 돈을 엄청나게 많이 번다면 서울에 살 수 있을까? 정답은 '그럴 수 있다'이다. 모든 고민의 끝에는 돈이 있다. 나는 이럴 때마다 부자가 되고 싶다.
항상 부족함을 가지고 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니까. 전문적인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대기업에 다니는 것도 아니다. 물론 대기업의 소속이지만 아주 작은 역할이라 보수는 아주 작고 대기업이라고 취급받지도 않는다. 그리고 나조차도 내가 그 회사의 일원이구나 하는 느낌을 받지 않는다. 그냥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머무는 곳이라는 생각이다. 일정 시간을 일하고 일정 금액을 받는 곳일 뿐이다. 아쉬운 것은 금액이 너무 부족하다는 것이다. 좋아하지 않는 일을 하면서 보수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슬프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더 하고 싶다. 바로 글 쓰는 일이다.
글 쓰는 일로도 아주 적은 돈을 벌고 있다. 커피를 만드는 일보다는 보수가 적지만 만족감은 더 크다. 돈이라는 것이 내가 얼마나 뜻깊게 벌었나에 따라 돈의 온도가 다르다고 생각했다. 아무튼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
집도 사고 차도 사고 조금 더 모아서 건물도 사고 싶다. 불로소득을 얻고 싶다. 나는 욕심쟁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부자가 되어서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싶다.
사실 하고 싶은 일만 해도 되는 사람들이 진짜 부자가 아닐까? 그렇다면 더더욱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아무튼 서울에서 살고 싶다. 사랑하는 사람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