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안된다. 하루에 매출을 천만 원 넘게 파는 매장에서 백만 원을 간신히 넘기기도 넘기지 못하기도 하는 매장으로 오니까 어색하다. 전 매장에서 만들어야 할 음료가 쌓여 '제발 주문 좀 멈춰주세요...'라고 속으로 생각한 지난날들이 그리워질 만큼 파리가 날린다. 주문을 받는 것보다 화장실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일이 더 잦다는 생각이다. 음료를 만드는 순간보다 여기저기 청소하는 순간이 많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역 내 매출은 꼴찌여도 위생은 1등일 것이다.
어색한 것들이 많다. 지역 내 매장에서 한 명씩 모여 새로운 매장을 만드는 일은 어색한 일이다. 처음 만난 사람들은 어색한 인사와 자기소개를 하고 서로를 하나씩 알아간다. 흡사 대학 1학년 시절 첫 오리엔테이션 자리 같다. 달라진 점은 잠시 어색함이 흐르고 책상에서 일어나 일을 한다. 일해야 한다. 본사에서 정해준 매장의 위치만 빼고 매장 안 기물의 위치 하나하나 모든 것을 파트너들 서로 의논해서 만들어야 한다. 하나부터 열까지라는 말이 떠오른다. 포크의 위치부터 톨, 그란데, 벤티 세가지 컵을 놓은 위치까지 서로의 의견을 모은다. 어색했던 서로의 얼굴들, 기물들의 위치가 익숙해져 간다. 어색하다는 건 아직 익숙하지 않다는 말 같다.
익숙하지 않은 서로는 어떻게 서로의 생각을 오해 없이 전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하나씩 모인 의견들은 하루하루 경험을 통해 수정된다. 뒤에 두었던 포크는 앞에 보관하기로 하고 앞에 두었던 물티슈 보관함은 뒤에다 두기로 했다. 원래 계획했던 것들은 모두 수정되기 마련이다. 나의 오랜 수험기간 동안 계획대로 하루의 공부를 마친 날이 손에 꼽을 정도처럼. 계획은 수정과 취소를 나타내는 다른 단어다. 누구나 계획에 따라 산다면 미래를 수정하거나 지난날에 대한 후회가 없겠지.
회사에서 바리스타들의 원두에 대한 이해와 원두 경험을 위해 한 달에 한 번, 다음 달이 가까워질 때면 원하는 복리 원두를 하나 선택하게 한다. 쓴 에스프레소 로스트 원두를 받을지 바닐라 라떼 비아를 받을지 원하지 않아도 2가지를 원해도 선택할 수 있는 원두는 한 가지밖에 없다. 내가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신은 낳아진 우리에게 우리가 선택하지 않아도 하루라는 것을 준다. 쓴맛의 하루를 고를지 달콤한 하루를 고를지는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이것이 신이 우리에게 주는 후회로 만든 어제를 회복할 수 있는 삶의 복지 혹은 선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