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은 삐뚤빼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고등학교 졸업 후 자급자족을 하며 자취생활을 한탓에 수중에 들어온 돈은 일단 모으고 절약하는 것이 몸에 배여 나이를 먹었다. 결혼 후 자식들에게 쓰이는 돈은 아깝지 않지만 나에게 사용되는 돈은 아까워 무엇을 하려고 해도 망설여져 포기하거나 다음으로 미루곤 했다. 13년이 넘는 경력단절의 시간을 지나 다시 직장인의 삶을 살아온 지 대략 10년이 되었지만 전업주부일 때나 지금이나 나에게 인색한 것은 변하지 않았다. 시간과 나이라는 짝지는 나의 주머니 속에서 자라 몇 년 동안 운동을 하고 다이어트라는 일생의 숙제를 어느 정도 풀어냈음에도 불구하고 건강 큰 벽 앞에서 더욱 나를 몰아붙이고 있다. 특히 최근 체중이 다시 늘어 고강도 운동을 해 봤지만 몸과 마음의 허기만 더할 뿐 체중계의 숫자는 내려갈 기미가 없었다. 평소 동적인 운동을 좋아해서 운동 후 땀이 나지 않으면 운동을 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 땀범벅이 될 때까지 운동을 하기도 한다. 5~6년 전 체력적 기본기도 없이 킥복싱 도장에 등록을 했지만 코로나와 시기가 겹치면서 6개월을 넘기지 못하고 강제로 그만두게 되었다. 지금 킥복싱을 했던 도장 건물이 재건축 중이다. 그 앞을 지나갈 때면 땀 흘리며 뛰던 그때가 생각나 가림막이 쳐진 그곳을 한참 바라보게 된다. 그때는 그래도 40대였고 몸이 그런대로 말을 들을 때였다.
접하지 않은 운동을 해보고 싶어 몇 주전 주말에 갈 수 있는 정적인 운동 중 필라테스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직장동료 중에는 고급취미에 헛돈을 쓴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나에게 쓰는 돈도 아깝지 않을 준비된 마음이 있어 이번 기회에 미루던 전문가의 손길을 받아 정적인 운동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적극적인 계획형인 나는 어떤 결정을 하면 곧장 달려드는 불나방 같아서 미루거나 포기하지 않는 편이어서 시작이 무섭다. 일단 시작하면 끝날 때까지 끝내지 않아서 나를 혹사하며 벼랑 끝으로 밀어붙이지만 나이에 장사 없다는 말처럼 기운이 달려 격렬한 운동대신 정적인 운동으로 바꿔보자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바로 검색을 하고 몇 곳에 전화를 해 집과 가까운 곳에 필라테스 2회 체험 예약을 했다.
첫날은 나의 체형과 자세에 대해 알아보고 대기구 맛보기시간이었다. 30분가량의 촬영을 끝나고 강사선생님의 설명이 이어졌다. 어깨와 골반위치는 수평이 무너져 있었고 왼다리는 짧았다. 무엇보다 골반이 틀어져 전방경사라고 했다. 평소 거북목이 될 것 같아 스트레칭을 열심히 했지만 나는 이미 거북목 중기였고 목에서 허리, 골반, 허벅지와 발끝이 일자가 아니라 춤추는 'S'자로 평균에서 벗어난 상태였다. 사진을 찍어 설명을 듣지 않았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전방경사라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 책상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많아 늘 바른 자세에 신경을 썼지만 오히려 그 생각이 전방경사를 가속해 임산부처럼 골반과 허리를 내밀고 다닐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들어가지 않는 뱃살도 전방경사가 더하기를 한 것 같았다. 둘째 날은 본격적으로 대기구를 이용해 몸을 움직였다. 어렵지 않은 동작에도 발가락에는 쥐가 내렸고 몇 년 동안 운동을 했다는 말이 우습게도 온몸의 근육이 사정없이 떨렸다. 쉽게 생각했던 필라테스는 나에게 너무나 먼산으로 다가왔다. 수업을 마치고 기구에서 내려오면서 들은 강사님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회원님은 운동을 잘하는 것도 못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런데 지금 자세를 바로잡아주지 않으면 더 나이 들어 힘드세요."
건강하다 자만하지 말고 큰 고장 없이 평온한 시간을 이어나가게 하는 것이 남은 인생의 최종 목표다. 지금이라도 몸상태를 알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하고 며칠간 우울했던 마음을 다독인다.
"그래 다음은 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