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소득공제를 알아보자
직장인이 되어 소득이 생기고 나면 매년 꼭 해야 하는 것이 바로 연말정산이다. 각종 뉴스에는 다양한 소득공제 혜택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중에 절대 빠지지 않는 것이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이다. 막연하게나마 사람들은 카드를 많이 쓰면 세금을 깎아 주는 제도, 그리고 기왕이면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가 좋은 제도 정도로 알고 있다. 좀 더 아는 사람들은 신용카드는 15%, 체크카드는 30% 혜택이 정도까지 알고 있다. 정말 그러한 제도일까? 그리고 어떤 경우에 혜택을 가장 많이 볼 수 있을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자.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 자체에 대해 살펴보기 전에 정부가 조세 제도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한 번 생각해보자. 조세제도는 당연히 세금을 걷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지만, 또 다른 숨은 기능이 있다. 바로 사람들로 하여금 특정한 행동을 장려하거나 또는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기능이다. 아무리 정부라고 해도, 사람들의 모든 행동을 강제할 수는 없다. 이때, 특정한 행동을 하면 세금 혜택을 주거나 아니면 특정한 행동을 하면 세금을 물림으로서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도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탄생하였다. 1990년대만 해도 세금 탈루가 꽤 많았다. 특히 자영업자들의 경우 자발적으로 신고하지 않으면 셀 수 없이 많은 현금거래를 일일이 추적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반면,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카드사를 통해 정부가 모든 기록을 다 살펴볼 수 있기 때문에 상거래의 투명화에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데, 사람들에게 무작정 신용카드를 사용하라고 한다고 해서 사람들 이신용 카드를 사용할까? 일반적으로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고, 아무런 혜택 없이 정부에서 장려한다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부는 1999년 8월부터 한시적으로 3년 동안만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를 도입할 것을 결정하였다. 제도의 기본 틀은 현재와 동일하게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일정 금액을 소득에서 공제하고 세금 혜택을 주는 방법이었다. 세금을 깎아 주고 서민들에게 혜택을 주는 제도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입법 취지는 결국 정부의 세금을 더 걷기 위함이었다. 카드 사용자들에게 일부 세금 혜택을 주고, 주로 물건을 판매하는 자영업자들의 소득을 투명하게 해서 세금을 더 걷기 위해 탄생한 제도였다.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을 볼 수 있는 제도였기에, 카드 사용금액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고 2002년에는 연간 거래대금이 약 678조 원가량 되었다. 경상 GDP 대비 카드 사용 금액이 대략 94%에 달할 정도였으니, 그 규모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할 만하다. 카드사에서는 기회다 싶어서 신용도를 제대로 평가하지도 않은 채 카드를 무작정 발행하였고, 카드채 부실 문제가 사회에 나타나기도 했다.
그리고 정부는 예정대로 3년이 지나 이 제도를 폐기하려고 했다. 서민들의 입장에서는 ‘아니 그걸 왜?’라고 생각하지만, 정부의 목적은 카드 사용을 늘려서 상거래를 투명하게 하는 것이었고, 금액을 보았을 때 충분히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번 혜택을 본 시민들의 혜택은 상당히 거셌다. 제도를 폐기한다는 말은 결국 세금을 더 내라는 말과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는 한시적인 제도의 일몰기한을 연장하였다. 그 후로도 몇 번이나 연장되어 현재는 마치 정식 제도인 것처럼 시행되고 있다. 어쨌건 법적으로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제도가 언제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은 한시적인 제도 일 뿐이다.
직장인이라면 제도의 이러한 배경보다는 결국 얼마나 내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가에 관심이 있을 것이다. 정확한 제도명은 ‘신용카드 등의 소득공제’로 신용카드 외에도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대중교통 이용금액, 전통시장에서 사용한 금액 등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확한 금액 계산은 매년 개정되는 세법으로 인해 매년 달라지는 데다 연말정산 시 국세청에서 자동으로 계산을 해주므로, 대략적인 계산만을 알아보도록 하자. 대략적인 금액이라도 알면 적절한 지출 계획을 세우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기본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최저 사용금액이 있다. 즉, 이 금액을 넘지 못하면 이 제도에 의한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한다. 이 금액은 얼마일까? 이는 사람마다 다르다. 본인의 연간 총급여가 기준인데 총급여의 25%가 기준금액이다. 총급여는 근로자가 받는 연봉하고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를 수도 있는 금액인데(이에 대해서는 ‘내 연봉은 얼마일까?’ 항목을 참조.) 보통 연봉보다 좀 더 큰 금액이다. 거의 비슷하다고 가정하고, 한 번 살펴보자.
성과급이나 보너스 등 월급 외에 추가로 받는 것이 없는 연봉 4천만 원의 근로자 A를 생각해 보자. 총급여도 이와 비슷하게 나올 것인데, A 씨는 4천만 원 ⅹ 25% = 1천만 원 이상을 사용해야 혜택을 볼 수 있다. 그리고 해외에서 사용한 금액, 자동차 구입비, 보험료, 교육비, 공과금, 리스료 등은 모두 제외해야 한다. 소비 성향은 사람마다 달라서, 일괄적으로 판단하 기는 힘들지만 본인 연봉의 25%를 그냥 소비하는 것도 아니고 신용카드, 체크카드, 현금영수증 등으로만 넘기는 것은 독신가구에게는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다. 그리고 연봉이 많으면 당연히 좋겠지만, 연봉이 많을수록 이 제도의 혜택을 받기는 힘들 수도 있다. 연봉이 1억 5천만 원인 변호사 B 씨의 경우에는 최소 사용 금액이 무려 1억 5천만 원 ⅹ 25% = 37.5백만 원을 사용해야만 한다. 돈을 많이 벌면 그만큼 많이 쓸 수도 있지만, 기준 금액도 그만큼 높아져서 혜택을 받기는 더욱 어렵다.
그렇다면 기준금액을 넘기면 도대체 얼마나 혜택을 볼 수 있을까? 이때 나오는 수치가 사람들이 주로 이야기하는 15%, 30% 등의 숫자이다. 제도가 계속 바뀌고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신용카드는 15%,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은 30% 정도가 유지되고 있다. A 씨가 만일 기준금액만큼 사용하고 추가로 신용카드로 8백만 원을 사용했다고 가정해 보자. 즉, 신용카드로 총 1천8백만 원을 사용한 경우 도대체 혜택이 얼마나 될까? 8백만 원 ⅹ 15% = 1백2십만 원이 신용카드로 인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금액이다. 주의할 점은 1백2십만 원이 세금을 깎아주는 금액이 아니라 소득공제금액이라는 것이다. 만일 8백만 원을 신용카드가 아니라 체크카드로 사용했다고 한다면, 8백만 원 ⅹ 30% = 2백4십만 원이 되어 금액이 크게 늘어난다. 현금영수증도 체크카드와 공제율이 같으므로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다. 즉, 사람들이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을 사용하라는 말은 기준금액을 넘었을 때를 뜻한다. 이 경우에는 소득공제 금액이 상당히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연봉 대비 소비성향이 높은 C 씨는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혜택을 무한정으로 받을 수 있을까? 정부는 또 무분별한 소비를 방지하고 혜택이 너무 많아 세금이 적게 걷힐 것을 우려하여 소득공제 금액의 한도도 마련해 놓았다. 총 받을 수 있는 소득공제 혜택은 300만 원과 총급여의 20% 중 적은 금액이 한도이다. A 씨의 경우에는 300만 원이 한도가 된다. 여기에다가 정부에서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하여 대중교통 한도 100만 원, 전통시장 사용 금액 한도 100만 원을 추가하면 이론적으로는 500만 원까지 소득공제 혜택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활용하여 언제 어떻게 혜택을 볼 수 있을까? 독신의 경우에는 혜택을 더 보기 위해 소비를 늘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맞벌이 부부의 경우에는 이를 활용하 여세 금 혜택을 더 볼 수 있다. 가령, 남편의 연봉이 6천만 원이고, 아내의 연봉이 4천만 원이고 체크카드만 사용한다고 가정하고 소득공제가 얼마나 나오는지 비교해보자.
아내 :
기준금액 : 4천만 원 ⅹ 25% = 1천만 원 (연봉 : 4천만 원, 25% : 공제를 받기 위한 최저 비율)
즉, 일단 신용카드건 체크카드건 현금영수증이건 일단 1천만 원은 넘어야 이제 공제가 시작된다. 여기서 추가로 쓰는 금액에 대해서 각 항목별 비율만큼 공제를 해준다.
일단 1천만 원은 채웠다는 전제하에 만일 체크카드로만 추가로 5백만 원을 사용했다고 가정해보자.
소득공제 : 6백만 원 ⅹ 30% = 1.8백만 원 (6백만 원:체크카드 추가 사용금액, 30%: 체크카드 공제율)
즉, 총 1천6백만 원을 사용했더니, 소득공제를 180만 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기서 더 사용할수록 소득공제 금액은 커질 것이고, 한도인 3백만 원이 되면 더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없어진다.
남편 :
만일, 아내와 똑같은 금액을 남편의 명의로 사용했다고 가정해보자.
기준금액 : 6천만 원 ⅹ 25% = 1천5백만 원
1천6백만 원 사용금액 중 기준금액을 채우고 나면 1백만 원이 남는다. 이 부분이다 체크카드라고 가정해보면 공제금액은 다음과 같다.
소득공제 : 1백만 원 ⅹ 30% = 30만 원
남편과 아내가 각각 1천만 원씩 사용하여 가족의 사용금액이 총 2천만 원 이내라면 아내의 이름으로 카드를 만들어서 둘 다 소비를 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각각 사용하다가는 기준금액을 넘기기도 힘들고, 혜택을 한도까지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신용카드든 체크카드든 총급여의 20%를 넘겨서 사용해야 혜택을 볼 수 있으므로, 사용 금액 자체가 적은 사람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둘째, 만일 카드 사용금액이 총급여의 25%를 넘는 수준이라면 확실히 체크카드나 현금영수증이 신용카드보다는 혜택이 크다. 셋째, 독신의 경우에는 사실 전략을 세울 수 있는 부분이 없고, 가정이 있는 경우에는 소비를 몰아주어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제도의 취지는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상거래를 투명하게 하기 위한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