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고, 빛나는 금. 투자 대상으로서는 어떨까?
최근 들어 금(gold) 가격이 상당히 하락했다가 또 반등하면서 금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났고 금 투자방법 등에 대한 기사도 제법 나왔다. 왜 사람들은 금을 구매하려 하는 것일까? 단순히 사람들이 금반지를 만드는 데 금이 필요해서는 아니다. 실제 사용보다는 사람들이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 목적으로 금을 사기는 비중이 훨씬 크다. 그렇다면 투자의 관점에서 우리는 금을 사야 할까? 만약에 산다면 언제 사는 것이 좋을까?
-왜 금인가?
우리가 금 투자를 고려해야 하는 이유는 금 보유가 자산가치를 안정적으로 증식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금 투자는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 내에 금을 일정 부분 보유하며 그 비율을 조정하는 행위를 말한다. 투자용으로 금을 매입할 때는 은행에서의 금 통장 개설, 한국거래소에서의 실물거래, 펀드·ETF·DLS 등 간접투자를 이용할 수 있다. 투자자산으로서 금이 지니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여타 자산과는 달리 실물 그 자체가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주식은 기업이 망하면 휴지조각이 되어 가치가 사라져 버리고, 주식 투자에서 얻는 수익은 달러 혹은 원화 등의 화폐로 표시되므로 근본적으로 실물로서의 가치를 지니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한 국가경제가 망가져 해당 국가의 화폐로는 물건을 구매하지 못한다면, 해당 화폐의 가치는 사라져 버린다.
하지만 금은 실물 자산이다. 누가 어떤 국가에서 가지고 있는가 여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금에는 희귀성과 함께 보석용·산업용 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에 누구든지 금을 가지고 있기만 하다면 다른 물건과 교환이 가능하다. 따라서 금 가격은 경제가 좋든 나쁘든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고 이러한 특성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금을 투자대상으로 고려하게 된다.
-금의 수익률 방어 효과
사람들은 경제상황이 안 좋을 때 주식 가격은 떨어지더라도 금 가격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금 보유를 늘리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부정적인 경제지표가 발표되면 금 가격이 상승하곤 한다. 비유를 하자면 금은 어려울 때 내 곁에 있어주는 친구인 반면 주식은 좋을 때만 곁에 있고 어려울 때 도망가는 친구이다. 심적으로 고통스러울 때 객관적인 상황이 좋지 않더라도 곁에 누군가 있으면 큰 위로가 된다. 더욱이 금 가격은 불황으로 인해 주식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때 오르는 경향이 있으므로 수익률 하락을 일부 방어해준다. 따라서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에 금을 넣어놓으면 수익률이 크게 하락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금을 언제 사야 하는가?
그렇다면 금을 언제 사는 것이 좋을까? 답은 간단하다. 가격이 낮은 상황에서 향후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예상되는 때에 사야 한다. 하지만 적절한 시기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 2011년 중반 국제 금 가격은 1 온스당 1800달러를 돌파하였다.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이전에 금 가격이 온스당 800달러 미만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두 배 이상 올랐다. 그렇게 높았던 금값은 점점 떨어지더니 2017년 1월 현재에는 1200달러 대근처에서 움직이고 있다. 온스당 1200달러가 금 구매에 있어 적절한 가격일까? 이에 대해 답하기 위해서는 금 가격의 변동요인을 파악하고 그 요인들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 가격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
금 가격은 실질이자율, 달러화 가치, 인플레이션율, 경기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보통 실질 금리 혹은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금 가격은 하락하며, 인플레이션율의 상승은 금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다. 또한 경기가 나쁘거나 나쁠 것으로 기대되는 경우 금 가격이 오르는 경향이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실질이자율(명목이자율 - 인플레이션율)과 금 가격은 역의 관계를 나타낸다. 실질이자율이 높아지면 화폐로 표시된 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진다는 것이고 이는 금 보유 시 기회비용의 확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달러는 통장에 넣어 놓으면 이자가 붙는다. 하지 만금 스스로는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낮은 금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고자 하므로 금 수요 감소에 따라 금 가격은 떨어지게 된다.
또한 금 가격은 달러화 가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국제 금 가격이 온스 당 달러로 표시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금이 실물로서 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통화 헤지(currencyhedge)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달러화 가치가 상승하면 금 가격은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일단 달러화 가치가 올랐으므로 금 1 온스를 구매하는 데 필요한 달러 금액이 적어지는 데 이유가 있고, 이 경우 통화 헤지의 관점에서 달러화의 가치 하락에 대비해 실물자산인 금을 보유할 유인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한편 금은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의 성격을 가져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하면 금 가격도 오르는 모습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물가의 오름세가 확대된다는 것은 손에 들고 있는 화폐의 가치가 낮아진다는 의미이므로 사람들 은인 플레이션과 무관한 실물자산인 금을 보유함으로써 자산가치의 하락을 방어하고자 한다. 이러한 원리를 바탕으로 미국의 인플레이션율 상승이 금 가격 상승을 초래한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이밖에 국제정세의 불확실성 확대가 안전자산 수요를 늘리면서 금 가격을 상승시키기도 한다. 예를 들어 중동지역에서 내전이 심화되면서 주변국의 경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가 형성되면 금 보유비중을 확대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금 대량 소비국인 중국, 인도의 중산층이 확대되면서 수요가 늘어나는 국제 금 시장의 구조적 수요 변화로 인해 금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을 담은 보고서도 존재한다.
-미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래서 앞으로 금 가격은 오를 것인가 아니면 떨어질 것인가? 금 가격 은경 제상 황, 달러화 가치, 실질이자율, 인플레이션율 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였다.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변수는 미국의 금리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대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변수가 국제 금 시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실업률 감소 등 미국의 경기회복을 판단 근거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행하였다. 우리는 여기에서 경제상황이 좋을 것이고 미국 금리가 오르니 미국으로 국제자금이 이동하여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또한 금리 인상으로 실질이자율도 상승할 것이라 기대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경기회복에 따라 상승할 수도 있지만 현재의 원자재 공급과잉 기조가 지속되면 상승세가 제한될 가능성도 있다. 경제회복, 달러화 가치 상승, 실질이자율 상승은 모두 금 가격 하락을 암시한다고 판단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러한 흐름에 대한 기대가 이미 시장에 반영되어 금 가격이 하락할 만큼 하락했다고 볼 수도 있으나 빠른 시일 내에 반등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온스당 1200달러에 금을 산다고 해서 금 가격 상승을 통해 수익률을 크게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금 가격을 예측하기란 어렵다. 그 이유는 위에서 보았듯이 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다양하고 각 변수들의 영향력도 시기별로 상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당 변수들의 흐름을 예측하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금은 매매차익을 통해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 하기보다는 위험을 낮추기 위해 일정 비율 보유한다는 마음으로 투자하는 것이 좋다.
같이 있을 때 엄청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지만 나를 버리지 않는 친구가 있으면 좋은 것과 같은 이치이다. 지금 금을 산다고 해서 금 가격 상승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없을지라도 금 가격이 크게 하락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금이라는 좋은 친구를 곁에 두기 위해 돈을 투자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