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현역에서 물러난 장인이, 자신의 평생이 담긴, 자신의 가장 빛나던 때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는 장소에서, 자신의 몇 달 치 시간과 근육과 마음을 다 빼앗아간 악기가 연주되는 모습을 보는 그 표정이 궁금했다. 몇 달의 시간이 걸려 한 대의 클라브생이 태어난다지만, 사실 그 경지에 이르기 위해 수십 년의 세월을 고스란히 바친 거다. 장인의 삶이 그런 거니까. 워라밸을 강조하고, 나 역시 그것을 1번으로 놓고 살아왔지만, 인생 전체를 하나의 분야에 바친 장인에 대한 존경과 경외는 그 모든 원칙을 벗어나 있다.
- 김민철 <무정형의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