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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올렛 노트 Sep 18. 2023

10일 만에 10살 어린 미국인남자가 애인이 되었다.

장미꽃 한 송이


제목을 쓰고 보니 실로 놀랍다. 인간의 오만가지 감점을 저 열흘동안 온몸으로 느꼈고 결국은 서로에게 느낀 작은 끌림이 사랑으로 표출되기까지 우리는 불같이 타오르기도 하고 거센 폭풍이 불기도 했다. 결국 우리는 10일 만에 사랑에 빠졌다.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일들이 더하고 더해져서 사랑이라는 단어로 서로에게 내뱉어 지기까지의 그 순간들이 입체적으로 떠오른다. 어느 날 갑자기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그 대단한 용기는 어떻게 현실이 되었을까? 귀신에 홀린 듯 우리는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시끌벅적한 사람들의 수다를 뒤로 그와 내가 있다. 빨간 무알콜 칵테일을 마시며 쭈뼛쭈뼛하던 내 모습 옆에는 그런 나를 밝은 표정으로 바라봐 주는 그가 있다. 왕초보 영어실력으로 프리토킹 파티에 찾아간 그 작은 나의 용기는 내 운명을 바꾸어 놓았다.  


대화의 기회가 왔을 때 내 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서툰 영어로 말을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많이 부끄럽지도 않았다. 조금만 부끄러웠다. 그 상황이 즐거웠다. 내가 하는 어설픈 영어를 미국인이 듣고 있는 그 상황이 재밌었다. 서툰 영어를 입 밖으로 꺼낸 용기 덕분에 그와 대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그날의 대화가 참 좋았다고 했다. 


영어로 온 카톡! 어색하고 당황스러웠지만 구글번역이라는 아름다운 기술의 발전 아래 나는 차근차근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의 저녁식사 제안에도 영어로 말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엄청났지만 한편으론 재밌겠다는 생각도 들어 흔쾌히 그 시간을 즐겼다. 작은 새로운 시도들은 작은 용기가 필요했고 나는 용기를 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처음부터 그를 향한 사심이 0.1%도 없었기에 친구처럼 밥도 먹고 같이 공연도 보며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역시 미국문화는 나이차가 많아도 자연스럽게 친구가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외국인 친구가 생긴 그 상황이 즐거웠다. 


그저 즐거운 마음이었다. 무료한 일상에 '영어로 말하기'라는 새로운 도전을 조금씩 시도한 것뿐이었는데... 내 인생에 변화가 일어났다. 그는 나에게 마음을 열었고, 나는 그에게 선을 그었다. "워~ 워~ 난 아니야. 그냥 우리 친구야." 


연인사이??????? 상상도 안 해본 나에게 불쑥 고백해 온 그의 순수함에 할 말을 잃었다. No!라는 단호한 대답에 풀이 죽은 그를 보고 있자니 나의 측은지심이 발동하기 시작했다. 


내 처지가 형편없음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10살 많은 이혼녀에 아이까지 키우고 있었으니... 머리로는 이 연애가 부자연스럽고 발란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점점 그에게 끌려들어 갔다. 그는 그냥 하는 말이 없었고 늘 진심이었다. 그 진심을 알아차렸기에 나도 그를 향한 진심이 생겨버렸다. 그의 누나도 그의 어머니도 그러했듯 나도 용기를 냈다. 


안쓰러움으로 시작된 내 마음은 결국 그가 보내온 자작시에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 깊은 고민 끝에 나를 위한 시를 선물해 주는 사람을 놓치는 바보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결심했다. 그 생각뿐이었다. 소박한 연애를 해보자. 먼 미래를 약속하는 결말이 있는 연애까지는 안될 테니. 며칠이나 갈까? 한여름밤의 꿈처럼 지나갈 테지......



길고 긴 지하철 계단을 올라서는데 눈에 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늘 티셔츠 차림이었는데 그날은 달랐다. 화이트 셔츠에 검정 타이를 한 그가 긴 갈색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서있었다. 첫 데이트를 기념하기 위해 그는 서툰 한국 말로 꽃집에 들러 빨간 장미꽃 한 송이를 사 왔다고 한다. 내가 꽃을 받다니! 나는 한낱 싱글맘에서 하루아침에 아니 열밤 자고 나니 한 남자에게 사랑받는 여인이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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