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앞에서 손 잡는 것조차 어색하던 나는 금세 깨달았다. 남의 시선의 불편함 보다 내가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는 사실을. 그의 감정이 어떨까? 나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손을 잡는 게 부끄러운 건데 창피해한다고 오래 하면 안 되니까. 남들 눈치 보기는 내려놓기로 했다.
나는 나에게 그만 부끄러움을 내려놓고, 주변의 시선도 인정하자고 마음먹었다. 그러고 나니 모든 게 자연스러웠다. 길에서 손을 잡는 것도, 만나면 허그를 하는 것도.
음식이 나오면 내 입에 먼저 음식을 꼭 넣어주는데 처음에는 내 얼굴의 모든 세포가 빨개져서 금세 폭발할 지경이었다. 극구 사양했지만 생각해 보면 애정표현에 촌스럽게 안절부절못하는 내 모습이 잘못된 것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식당에서 그가 건네는 젓가락에 어떤 음식이 있어서 냉큼 잘 받아먹는 아기새 입이 되어갔다.
사람이 무수히 많은 벚꽃 축제로 한창인 놀이공원으로 향한 봄날. 남의 시선은 전혀 신경을 안 쓰는 경지에 오른 것이다. 입구에서 이벤트로 나눠주는 벚꽃 모양의 핀을 서로 머리에 꽂고는 북적이는 인파 속에서 서로의 허리를 감싸며 아무렇지도 않게 걸었다. 우리는 그저 어디로 가볼까? 무얼 타볼까? 사진 찍기 멋진 배경이 어디지? 맛있는 걸 먹을까? 타인의 시선이나 생각은 일도 걱정하지 않았다.
놀이 공원에서 우린 모든 게 자연스러운 연인이었다. 눈치 안 보는 그저 서로에게 사랑의 시선을 보내기 바쁜. 회전목마 앞에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우리도 꽁냥꽁냥 시간을 보내며 사진 찍는 순간을 기다렸다. 어둠이 깔린 회전목마 앞에 가짜 벚꽃 잎이 나무에 무수히 달린 풍경이 유치할 법도 한데 그날은 핑크빛으로 물든 그곳이 세상 어느 곳 보다도 로맨틱했다.
낡은 흰색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서있는 그와 몇 년 전에 사놓은 꽃무늬 맥시원피스를 처음 꺼내 입고는 신난 나. 서로를 꼭 안고 있는 그 사진을 잊을 수 없다. 사진 속 나의 미소는 생경했다. 내가? 이렇게 웃는다고? 정말? 전혀 볼 수 없었던 나의 환한 미소 앞에 눈물이 핑 돌았다. 진짜 미소였다. 거짓 없는 나의 미소가 사진에 담긴 걸 보고 나는 놀라고 또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