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가 변화시킨 5가지 영향력
어릴 때부터 말하는 것은 잘해왔지만, 유독 글쓰기는 어려워했다. 나란 사람은 책을 통해 지식을 습득하기보다는 항상 경험을 통해 세상을 알아가고 싶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논리적으로 글을 잘 쓰고 팀원들을 수월하게 설득하는 사람들을 보며, ‘글을 잘 써서 사람을 설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무척 매력적인 일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업무 관련 글쓰기는 10년쯤 지나니 어느 정도 자신감이 붙었지만, 또 다른 세계의 글쓰기를 갈망하기 시작했다. 처음 문체를 보고 놀랐던 책은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 무려 몇십 년 전에 쓰인 책인데도, 작가님의 독창적이고 섬세한 문체가 나를 글쓰기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사려 깊게 표현할 수 있을까? 나는 살아생전 이런 다양한 언어를 통해 사람을 완전히 몰입시키며, 마음을 움직이는 글을 쓸 수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경외심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 이후로 다양한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문체를 좋아하고, 어떤 종류의 글을 쓰고 싶은지를 상상하게 됐다. 살면서 한 번쯤은 내 서사를 담은 에세이 책을 내고 싶다는 커다란 꿈을 가지며, 아직도 어렵고 고통스러운 글쓰기를 조금씩 이어 나가고 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왜 이토록 글을 쓰고 싶어 했을까? 글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현재 쓰고 싶은 이야기는 내 생각이 뭉쳐진 ‘나의 진짜 이야기’다. 어릴 때는 단순히 글을 잘 쓰고 싶었지만, 지금은 내 서사를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욕망으로 변화했다. 솔직하고 담백한 내 이야기를 정제된 언어로 한 글자 한 글자 고심하며 써 내려간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위로가 되며 희망을 줄 수 있다면 평생 쓰지 않을 이유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내내 생각보다 자유와 해방감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잠수종과 나비』를 쓴 장 도미니크 보비는 뇌졸중으로 전신 마비 상태에서도 20만 번의 눈 깜빡임을 통해 15개월 동안 글을 써서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는 글쓰기가 단순한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인생의 고통과 극복을 상징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글쓰기를 통해 인간적 존엄을 지킨 사례는 역사적으로도 많다. 솔제니친과 안네 프랑크가 수용소 생활 속에서도 글을 남긴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글을 쓰는 과정은 자기 자신을 탐색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하고, 경험을 되새기며, 새로운 시각을 발견하게 된다. 롤랑 바르트는 "글쓰기란 사랑하는 대상을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소중한 순간을 보존하며 자신을 알아가고, 공감의 언어로 타인과 연결되기 위해 글을 쓴다.
글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다. 내 HR/디자이너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이 다른 누군가에게 영감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브런치 글을 작성하면서 깨닫게 됐다. 지난 10년 동안 지나온 고민과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해결의 실마리가 됐던 경험을 하면서,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고 믿게 됐다.
잘 쓰인 글은 독자의 마음을 흔들고 행동의 변화를 유도한다. 책이나 에세이를 읽고, 어떤 문장에서 강렬한 울림을 느끼며 새로운 결심을 하는 것 처럼 말이다. 글쓰기는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세상과 소통하며 스스로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있다. 특히나 직접 발견한 글로 인해 그때의 내 생각이나 마음과 행동이 직접적으로 변화했을 때 가장 희열을 느낀다. 실제로 이런 경험이 있다 보니 나 또한 글로, 크고 작은 울림을 주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결국 공명하는 삶을 살고 싶은 것이다.
초반에 글을 쓸 때는 이게 도대체 나에게 무슨 의미인지 잘 헤아리지 못했다. 이젠 글쓰기는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꾸준히 글을 쓰다 보면 단순한 기술적 향상을 넘어, 사유하고 쓰는 힘인 '글력'이 길러진다. 최근 6개월이 넘는 글쓰기를 해보니 스스로를 이해하는 과정, 타인의 시선을 고려하는 과정, 그리고 표현의 정교함을 더하는 과정 속에서 점진적 성장을 이뤄냈다. 조금씩 자신감이 붙으니 1년 뒤, 5년 뒤, 10년 뒤에는 나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해진다.
지난 6개월 동안 스스로 느낀 글쓰기의 긍정적인 영향 덕분에, 개인의 삶을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믿게 됐다. 글을 쓰면서 우리는 자아를 탐구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연결되며, 스스로를 성장시킨다. 만약 당신이 ‘내 진짜 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아직도 어렵다’고 느낀다면, 함께 일단 써보는 게 어떨까?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텅 빈 화면에서 2시간 동안 단 한 글자도 못 쓰던 나는 지금 어느새 장편의 글을 꾸준히 쓰는 작가가 되어있었다. 결국 꾸준히 쓰는 사람이 작가가 된다. 계속 글쓰기를 이어나가다 보면 어느새 남이 정한 잘 쓴 글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잘 쓰는 상태’에 도달할 것이다. 그리고 그때쯤이면 글쓰기는 영원히 멈출 수 없는 일이 되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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