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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칼랭 Oct 29. 2020

SNS를 끊었다

남들이 하니까, 

그것이 트렌드여서,

안 하면 뒤처지는 것 같아서,

그래서 언젠가부터 사진을 찍어 올렸다.


친구가 행복했던 사진처럼,

동료가 성취했던 순간처럼,

가족이 위로가 되던 그날처럼,

한 컷의 이미지가 기록되고 SNS라는 창을 통해 날아갔다.


누군가 좋다고 해주면 나도 좋았고

안부를 물어주면 그것도 고마웠다. 


하지만 언젠가부터였을까. 

모든 것이 두려워졌고 낯설어졌다.


바쁜 순간에 친구의 삶이 툭 다가올 때,  

별로 말하고 싶지 않던 삶의 기록에 누군가 아는 척할 때,

친해지고 싶지 않았던 사람이 친구를 요청해 올 때, 

일 때문에 잠깐 만났던 사람과 대화를 이어가야 할 때,

나는 생각했다. 


가만히 나의 작은 공간에 들어가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해

요란한 삶의 소리가 나를 피곤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도달했을 때,

더 고민 없이 SNS 문을 닫았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들의 삶이 궁금할 때 - 

온라인의 작은 창을 열어 그 작은 기록들을 나누고 싶은 마음도 있다.

하지만 나는 지금 그 노력을 멈추고 있다.


문자를 보내고 안부를 묻는 것으로.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는 것으로.

만나서 차를 마시는 것으로 삶을 나눈다.


선명한 한 장의 스틸 컷은 내 기억에 없지만

그들이 전해주는 언어로 나는 상상한다.


SNS를 닫아 버린 세상에 사는 것이 가끔 

뒷걸음질하는 것 같아 두려울 때도 있지만

느리게 알아가는 것이 감사할 때도 있다는 걸

결코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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