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모처럼 주말에 합천으로 소고기를 먹으러 갔다. 우리 가족이 예전에도 가봤던 소고기 맛집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속도로를 타고 계속 주행하는 도중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고속도로에서는 차선이 점선이지만, 터널에 진입할 때마다 실선으로 바뀌는 것이다. 거의 대부분의 터널에서는 차선 변경을 금지한다는 상식은 있었지만 왜 그런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운전을 오래 하신 아빠한테 여쭤봐도 '사고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라는 것 밖엔 모르셨다. 그래서 한 번 알아봤다.
우선 차선을 바꾸는 행위에 대해 알아야 할 게 있다. 주행 중 차선을 바꾸려면 직선 방향에서 좌측 대각선 또는 우측 대각선 방향으로 주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내가 운전 중인 차량과 주행 중인 앞차와 뒤차와의 안전거리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진입해야 한다. 하지만 직선으로 달릴 때 앞 뒤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보다 대각선으로 주행할 때 앞 뒤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거리가 더 길다. 삼각형으로 예를 들자면, 옆에 있는 차선으로 방향을 틀어서 주행하는 것은 빗변(대각선), 원래 달리던 차선에서 직진하는 것은 대변(높이)이다. 삼각형에서 빗변(댜각선)은 당연히 대변(높이) 보다 길다.
차선을 바꾸는 것이 1번 경로, 그냥 직진하는 것이 2번 경로이다. 진입하려는 차선의 앞 뒤차와 안전거리를 유지하면서 차선을 바꾸려면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 '주행 중 차선 변경 = 속도 증가'라는 사실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그렇다면, 터널에서는 왜 차선을 바꾸면 안 되는 것일까?
대표적인 이유는 1. 암순응, 2. 매연, 3. 공기 흐름이다.
1. 우리의 눈은 밝은 곳에서는 받는 빛의 양을 줄이기 위해 동공이 작아진다. 반대로 어두운 곳에서는 받는 빛의 양을 늘리기 위해 동공을 확대한다. 이 과정을 거쳐 우리의 눈이 어두운 곳에서도 사물을 인식할 수 있게 되는 현상이 암순응이다. 아직 암순응이 완전히 일어나지 않아서 앞이 잘 안 보이는데 차선을 바꾸려는 시도를 한다면 사고가 날 확률이 높아진다.
2. 자동차가 터널을 지나갈 때마다 매연과 배기가스가 축적된다. 이 상태에서 터널 내부 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뿌연 매연과 배기가스가 터널 내부의 시야를 제한한다. 이 상태에서 차선 변경을 시도한다면 앞을 제대로 보지 못한 다른 차량과 추돌사고가 일어나고, 뒤따라오던 다른 차량과 연쇄 추돌이 일어날 수 있다.
3. 자동차는 주행하는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공기의 저항이 강해진다. 공기의 저항이 강해지면 조향성(방향을 조절하는 성질)에 영향을 미친다. 평소처럼 속도를 높이고 운전대를 틀어 차선 변경을 시도하지만, 차가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여서 당황하다가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터널 내 차선 변경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터널 내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줄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터널 진입 전 속도를 줄이고 하향등을 켜고 가는 것이 제일 올바르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