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대립관계 그런거 아닙니다
목적지 고원으로 갔다. '고원'이란 이름처럼 높은 곳에 위치했다. 서울에 올때면 골목을 지나 목적지로 올라 갈때가 많았다. 서울역 앞의 전시관 '피크닉'도 그랬고 여기도 언덕이 제법 높았다. 숨소리가 얼마나 거칠어 지는지... 운동부족이다.
여기 맞나 싶을 정도로 좁고 높은 골목을 따라 만난 공간. 어두웠던 골목길이 갑자기 환해졌다. 세상 태평해보이는 개구리가 바닥에 누워있었는데, 묘하게 약이오른다.
이 날을 떠올리는 곳은 신림의 한 카페이다. 마침 정말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 애니메이션 '초속 5cm'의 주제가. 잠시 산으로 간 이야기를 바로 잡아야지.
고요하며 정적이 흐르는 공간에서, 우리는 안내자의 도움을 받아 나를 찾아 여행을 떠났다. 작은 불빛만 희미하게 있는 어두운 공간. 이곳의 어둠이 시작되고, 나는 세상을 보던 눈으로 내 마음을 보기 시작했다. 몇일이면 생각도 나지 않을 감정을 가지고 애써 불편해 했던 내가 부끄럽기도 했다가, 그때 더 노력하지 못했던 일들을 후회도 했다. 이런 내 마음을 보신걸까. 지금 그리고 현재에 집중하고 마음을 비워낼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정적이 가득해 숨죽였던 공간은, 내가 비워낸 잡념들이 싱잉볼의 진동과 함께 옅어지며 편안하게 느껴졌다.
휴대폰의 요란한 진동에 눈을 뜨고, 밀린 알람을 정리하며 날씨를 확인한다. 리모콘을 들어 뉴스를 틀어 배경음악 삼아 아침을 준비하고, 디젤 차의 우렁찬 소리와 함께 출근. 하루종일 사람을 만나고 돌아와서 다시 뉴스. 졸리면서도 끝까지 휴대폰을 잡고 있다가 한번쯤 떨어뜨리고 나서야 잠이 드는 하루.
나는 왜 그리 요란하게 살았을까. 고요하다못해 정적히 흐르는 연희동 골목길 끝자락, 옥탑방의 시간은 내가 놓치고 있던 시간을 깨닫게해줬다. 내 삶에서 사라진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 어떻게든 지키려 노력하는 고객과의 시간처럼, 나와 가족을 위한 시간을 만들고 채워야지.
고요한 공간에서 마음을 비워내고, 따뜻한 차로 마음을 채웠더니 얼마나 편안하던지. 소화가 다 됐다. 빈 배를 채우러 바로 KFC로 갔다. 9시가 넘어서 치킨이 1+1 하기 때문이다.
#글루틴 #팀라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