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임스 Jan 27. 2023

일루와, 뭐해, 아니야, 안돼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태국편


첫 태국여행


맛있게 치킨을 정리하고 늦게 자서 퉁퉁부은 눈. 반만 뜨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지금 생각해도 참 맛있었다. 얼마나 부드럽고 느끼한지. 그 기름진 맛을 얼마 만에 느껴봤던가. 기쁨을 위해 슬픔이 존재한다던데, 결혼을 위해 참았던 치킨은 나를 더 극적인 맛의 황홀에 이르게 했다.


가야지, 가고 싶다, 가봐야지, 가야겠지, 가고는 싶은데... 라던 몇 년의 세월이 신혼여행으로 이뤄진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하는 첫 여행, 어떤 재미난 일들이 펼쳐질까. 태국은 맛있는 음식도 많고, 조경에 사용하는 많은 식물들이 가득 자라기에, 훌륭한 공부도 되겠지. 

 


기내 생존전략


태국 코사무이까지 가려면, 방콩을 경유해간다. 총 7시간가량 기내와 공항에서 머무는 일정. 그래도 나는 머리만 대면 자니까, 걱정 없다. 불편함을 느낄 새가 어딨 나. 자다 보면 밥 주시고, 먹고 자다 보면 도착인 것을. 잠이 많고 잘 자는게 이럴 때 도움 된다. 외부 온도가 영하 55도라는 게 실감이 났던 것은, 발바닥에 냉기가 가득했다. 사람이 많고 따뜻한 바람이 가득했던 기내가 나에겐 더웠는데, 바닥은 오히려 살 길이었다. 남들은 발까지 담요를 덮고 있었지만, 나는 냉기를 한 껏 느끼며 비행을 즐겼다.


장거리 비행기에는 참 재미난 게 많았다. 내가 탑승 중인 비행기를 볼 수 있고, 영화나 음악부터 실내외 상황까지. 다양한 정보가 담긴 패드를 누르며 신기해하고 있었다. 외국에 살던 와이프는 이런 내가 얼마나 귀엽고 어이없었을까. 그리고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기내식!



기대하고 들었다가 내려놓는 식단, 기내식


새우와 치킨 중에 고를 수 있다고 하셨던 것 같다. 그래서 와이프가 선택하지 않은 메뉴를 골랐다. 와이프는 다 못 먹을 테니까 내가 둘 다 먹을 셈으로. 먹고 바로 자면 속이 안 좋을 수 있다며 과식하지 말라는 와이프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았다. 여기선 배고프다고 배달을 시킬 수 없으니. 줄 때 먹어야지 생각이었다. 


기내식은 항상 아쉬웠다. 그 중 강렬했던 기내식의 '추억'은 비프 or 피시인데 두 개가 맛이 똑같았던 것이다. 즉석카레 안 데우고 먹는 맛에 가족들 모두 바로 수저를 내려 놓았던 날이었다. 이번에는 정말 기대하지 않고 먹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하늘에서 이런 맛을 먹다니. 파스타 면이 알 덴테에서 조금 더 익힌 정도. 고기도 부드럽고 향이 강하지 않아서 좋더라. 와이프덕에 좋은 비행기 타서 이런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는구나.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강한 의지가 불타는 순간이었다. 



1차 경유지 '황금의 땅'


먹다 보니 방콕의 수완나품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황금의 땅' 수완나품은 태국 국왕 '라마 9세'께서 하사한 이름이라고 한다. 이름에 걸맞게 규모도 시설도 어마어마했다. 울산공항은 타고 가고, 딱 게이트 2개뿐인데. 여긴 몇 개 더라... 넓은 공항에서 자칫 길을 잃으면, 환승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서둘러 움직였다. 이번 여행을 기록하기 위해 각종 전자기기를 들고 왔던 나는, 더 눈치가 보였다. 잠시 내가 들고 간 목록을 보면 '노트북, 태블릿, 카메라, 보조배터리.' ^^;;;


열심히 뛰어가는데 치킨집이 보였다. 내가 참 좋아하는 음식. 얼마 전에 처남이 나보고 '형님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라고 했는데, 처남 이제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아. 확실히 치킨이야. 흥분하는 나를 끌고서 환승장으로 가던 와이프. 지금 생각해 보면 얼마나 창피하고 짜증났을까. 여권과 환승탑승권을 확인시키고, 와이프는 먼저 들어갔다. 이미그레이션에 긴장하고 있었는데, '허니문'으로 한 번에 끝났다. 안도의 한숨을 쉬며 손을 뻗던 와이프. 얼른 이동하자며 나를 불렀다.


저 친구는 신혼여행을 온 것인가, 애완견을 동반한 것인가. 


#팀라이트 #글루틴


작가의 이전글 정적의 의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