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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털복숭이 Jul 01. 2022

새벽 4시 반

오랜만에 브런치에 글을 쓴다.

지금은 새벽 4시 반.

남편과 아기가 잠든 시간. 고요하네.

그간 이직에 육아에 이런저런 계속되는 바쁜 일로 글을 쓸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었다.

어젯밤 아기를 재우다가 같이 잠드는 바람에 일찍 깼는데 마침 브런치 생각이.

간만에 근황 정리나 해 볼까.




이직과 동시에 이사를 했다.

직장은 서울 변두리에서 수도권 쪽으로 서울과 더욱 멀어지고 집은 서울 변두리에서 서울 안쪽으로 남편 직장과 가까워지는 바람에, 출퇴근 거리가 편도 2시간 정도로 늘어나 버렸다. 넘나 힘든 것...

다행히 원래 집이 있던 쪽으로 11월 쯤에는 다시 이사를 갈 예정이라 이 고통스러운 기간이 한시적인 것이기는하나, 처음에는 정말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 사실. 그래도 이직한 곳이 '만 5세 자녀 육아기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서 하루 2시간을 단축하여 퇴근하고 있다. 이거라도 없었음 너무 힘든 8개월이 되었을듯.

이제 3달 정도 지났으니 앞으로 5개월 정도를 더 견뎌야 하는데, 이제 슬슬 시작되는 무더운 날씨와 푹푹찌는 장마를 버티는 것이 관건이다! 힘내자!



이사를 하게 된 것은 원래 살던 집의 전세기간이 만료되는 시점(4월 초)과 들어갈 집의 입주시기(11월 초)가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11월까지 살았으면 좋았을텐데, 임대인 본인이 계약기간 만료 날짜에 맞춰 들어오기를 원하여 기간이 떠 버리는 8개월 동안 살 집을 구해야 했다. 그런데 8개월만 계약할 집을 찾는 것도 어려웠고 그렇다고 1년을 계약해서 8개월 뒤 다른 임차인을 구하는 것도 피곤하고 안 구해지면 쌩돈을 날려야하는데 그건 또 너무 아깝고... 시간도 많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가지 사정을 고려하여 집을 구하기가 너무 어려웠다.

몇 주 동안 부동산에 연락하고 피터팬 카페를 계속 들락날락 거리며 퇴근 후와 주말에 집을 보러 다녔다.

거리가 괜찮다 싶으면 집이 별로고, 집이 좀 괜찮다 싶으면 거리가 멀고.

모든 조건에 부합하는 집은 없겠지만 서울 땅에 이렇게 집이 많은데 잠깐동안  가족   구하는게  이리 힘든지.

여튼 여러 개 본 끝에 그나마 가장 괜찮다 싶은 집으로 선택을 했는데, 계약하는 순간까지도 고민을 많이 했다.

그래도 8개월 동안만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 남편이 출퇴근하며 아기의 등하원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남편 직장 및 어린이집이 있는 곳과 최대한 가까운 곳이어야 했는데 교통 지옥인 서울 도심에서 차로 막히지 않는 코스인데다가 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결정하는 데에 주효하게 작용했다.

성북구에 살아보기는 처음이고 이전에는 이쪽 동네에 잘 놀러오지도 않았는데, 3개월 정도 살아보니 아기가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거나 아주 나이가 든 후에는 살기에 좋은 곳 같다는 생각.

산 중턱에 있어서 공기도 좋고 근처에 맛집이나 예쁜 카페도 많고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 구경할 곳도 많고 자연 속에서 산책할 데도 많고 생각보다 대중교통 혹은 차로 여기저기 멀지 않게 갈 수 있다.

오기 전에 걱정하던 것에 비하면 지금까지는 만족하며 사는 중.

그래도 출퇴근은 넘 힘들다...ㅠ   



그리고 이직도 했다.

이전 직장도 좋은 점이 많았고 만족하며 다녔지만 연차가 쌓이다보니 조금 심심해졌달까 변화가 필요하기도 했고, 스스로 송무적성이 아니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래도 더 멀리 내다봤을 때 실무를 다시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이직을 하게 되었다.

주업무가 소송업무이기는 하나 수임 부담도 없고 승패의 부담도 적고 사건이 매우 어려운 것들도 아니어서 스트레스가 많지는 않다. 또 공익적 요소가 많은 일이어서 내가 추구하는 업무의 성격에 부합하기도 하고 공무원법 규정과 비슷한 복무규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육아하기에도 나쁘지 않다.

반면 여기는 조직이 나름 크고 조직 내부의 변호사들과 직원들 간 관계가 뭐랄까…각자의 이익을 둘러싸고 복잡미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어서 처신을 잘 해야한다는 피곤함?이 있고 완벽하게 혼자 독립적으로 일을 처리하던 전 직장과는 달리 여러사람과 어울리며 일해야 하니 아무래도 성격상 약간의 불편함이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업무와 생활에 나름 잘 적응하며 지내고 있다! ㅎㅎ



꿀댕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세 돌을 앞두고 있다.

이 때가 꿀댕이의 평생을 통틀어 가장 눈부신 시기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로 아들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기가 말을 배우는 과정은 어찌나 경이로운지. 대화의 즐거움을 아들을 통해 새롭게 느끼고 있다.

우선, 어디가 불편하거나 원하는게 충족되지 않으면 울거나 떼쓰기만 했던 아기가 어느새 커서 말로 표현을 하고 대화로 설득이 가능해지니 같이 시간을 보내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어디서 저런 단어를 들은거지 싶게 아기가 잘 말하지 않을법한 어른스런 단어나 문장을 내뱉을때면 나와 남편은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서로를 쳐다보며 웃기도 하고, 문맥에 어울리는 접속사나 형용사를 사용할 때라든지 말이 핑퐁처럼 왔다갔다하며 대화가 될 때에는 아기들의 언어습득능력에 매번 감탄하곤 한다.

또 그 목소리하며 말투,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귀여워서 시간을 가둬두는 상자가 있다면 지금 이 시기를 꽁꽁싸서 상자에 가둬두고는 힘들거나 고될 때 선물처럼 상자를 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또 얼마나 멋지게 자라날지 기대가 되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너무나 소중해.



그리고 드디어 2년만에 국경을 넘어 여행을! 이름도 생소한 이탈리아 사르데냐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외국계 기업을 다니는 여동생이 작년 한 해 일을 잘 해서 클럽멤버로 초대를 받았는데 동반자 1인과 함께 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어서 남편과 부모님의 양해를 구하고 비행기에 살포시 몸을 실었다. ㅎㅎ

비행편이 많지 않아 도착지까지 비행시간만 20시간에 이르는데다 2번의 경유를 해야 하고,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연차도 쪼그라들었고 눈치도 보이고 재판일정도 미룰 수 없어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은 3일에 불과했지만, 비행기표, 숙소, 삼시세끼 모두 제공되는 무려 공짜 여행인데! 그것도 평생 한 번 갈까 하는 사르데냐라는데! 안 가면 후회할 것 같아 꾸역꾸역 다녀왔다.

역시 너무 좋았지~ 한여름밤의 꿈 같은 찰나의 시간이었지만 완전 힐링의 시간이었다.

온갖 국적의 사람들과의 대화, 폭풍 영어의 홍수속에서 홀로 헤매며 정신을 잃었다는 것 빼고는...ㅋㅋㅋ



또 얼마 전에 박사과정 졸업시험을 봤다.

범위가 있기는 하나 그것조차 너무 방대한 양이라 일하는 시간 짬짬이, 퇴근 후에, 출퇴근 시간동안 벼락치기로 세 과목을 훑었는데, 어찌어찌 시간은 흘렀고 시험을 쳤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제발 수료할 수 있길!



그리고 출산 후 지금껏 생각만 하고 실천하지 못했던 운동을 시작했다.

홈트로 탄탄한 몸을 만들겠다며 며칠간 의지를 불태우다가도 이런저런 이유로 흐지부지되고 말았었는데, 점심시간을 이용해 운동을 하겠다는 다부진 계획을 세우고 직장 근처 헬스장에 등록을 했다.

다른 변호사님들이 점심을 포기하는 게 가능하겠냐며 반신반의했지만 점심시간이 아니면 도저히 규칙적인 시간을 뺄 수가 없어 결단을 내림.

이번에는 뱃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기를!




주저리주저리 써 본 그 동안의 크고 작은 일들.

이제 한 숨 돌릴 여유가 생겼으니 브런치에 간간이 글을 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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