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말을 딱 그러한 말을 해야 할 타이밍에 맞춰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 부럽다.
미리 준비해서 발표하는 프레젠테이션이나 충분한 검토 후 나누는 이야기 말고.
갑작스레 부딪히는 상황에서, 마치 그러한 일이 일어나리라는 것을 미리 알기라도 한 것처럼 논리정연하게, 어떠한 감정의 기복도 없이, 순간순간 드는 생각을 말로 적절하게 표현하는 기술을 터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뭔가 전혀 생각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거나 감정적으로 흥분하는 상태가 되면 그 순간 입이 얼어버린다.
아무 생각없이 길을 걷다가 자동차나 자전거를 마주하게 되면 빠른 속도로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몸이 얼어버려서 꼼짝도 할 수 없는 것처럼.
강제추행 같은 사건도 보면, 기습적인 추행을 당하면 일반적으로 피해자들이 바로 소리를 지른다든지 물리적으로 반격한다든지 뭔가 바로바로 행동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러지 못하고 오히려 사고가 정지되고 몸이 얼어붙어 그 순간에는 어떠한 액션도 취하지 못하는 피해자도 많다.
사람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은 정말 천지차이다.
위와 같은 순발력이 뛰어나지 않아도 그럭저럭 불편함없이 잘 살아가고는 있지만, 그게 은근히 필요한 순간이 있다. 이를테면 남편과의 다툼이라든지 무례한 상대와의 언쟁이라든지.
그럴 때 바로바로 하고 싶은 말을 상대에게 타다다다다 늘어놓아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그 순간에는 마음만 앞서지 머리도 안돌아가고 입도 꿈쩍을 안해서 어버버버 어줍잖게 대응하다가,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리고 난 다음에서야 왜 그 때 이 말을 못했지, 했어야 하는데, 아...이렇게 말해줬어야 하는데! 하며 분하고 답답한 마음 가득한 상태로 그 때 했어야 할 말을 곱씹으며 머릿속으로 정리하고는, 상대도 없는 허공에다가 혼잣말을 늘어놓는 것으로 분을 푸는 것이다.
참 애처롭네.
또 나는 그럴때면 심장박동 수가 막 빨라지고 말도 빨라지고 전혀 예상 못 한 기습공격에는 말문이 턱 막히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일수록 오히려 차분해지면서 이성과 논리로 무장하는 사람들을 보면 감탄이 나온다.
순간상황대처스킬은 기른다고 길러지는것도 아니더라.
다음 번엔 정말 냉정해져야지.. 이런 순간에도 침착함을 잃지 말아야지.. 되뇌이지만 비슷한 상황이 또 닥쳐오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배울 수 있다면 배우고 싶구만.
변호사가 서면으로 거의 대부분의 일을 하는 것은 나로서는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소송처럼 "서면으로 제출하겠습니다!"하고는 글로 와다다다 휘갈긴 후 상대에게 던져주는 시스템이라면, 그런 상황속에서의 억울함도 안 생기겠지.
근데 또 좋게 해석하면, 그런 능력이 없어서 적이 별로 없다거나 큰 일이 벌어지지 않는 것도 있는 듯.
날카로운 말을 바로바로 쏘아댄다면 그 순간 속은 후련할 지 모르나 안 그래도 험한 요즘 시대에 어떤 사달이 날 지도 모르는 일이고 적수도 많아질테니.
제일 좋은 것은 그러한 말빨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상황과 상대에 맞추어 유연하게 말하는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겠지만! 그런 능력자가 몇이나 있겠나.
좋게좋게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