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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림보 Jun 03. 2024

블로거 데뷔 후 1주일

글은 짧게, 읽기 편하게.

블로그를 시작한 지 1주일. 여전히 조회수는 0이다. 1주일이 지났지만 조금의 성장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나라는 인간과 별개로 블로그는 정체 그 자체다. 무언가를 고민하고 쓰는 이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참 재미있다. 만일 내가 죽더라도 이렇게 뭐라도 남기는 게 있다고 생각하면 괜스레 마음 한편이 흐뭇해진다. 그렇기에 아무렇지 않은 줄 알았지만, 아무렇지 않지 않다. 그것이 문제다. 역시 이상과 현실은 다르구나. 대체 초짜 신세 언제 면할 수 있을까.


아직 글이 부족하고, 전체적인 레이아웃이 속된 말로 짜친다. 그리 전문적이지도 못하면서 레이아웃이 투박하다. 더욱 정보를 살펴보고, 공부하고, 예쁘게 꾸밀 줄 스킬을 갖게 되면 사람들이 찾아와 주지 않을까. 관심을 받고,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그래. 다 나만 잘하면 되는 거였어. 아직 잘하지 못하니 이런 거야, 그렇게 생각해 왔다.


하지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잘'이 뭘까. '잘한다'는 게 뭘까. 이미 널리 퍼진 정보를 그냥 복사 붙여 넣기 한 글이나 컨텐츠도 조회수나 좋아요가 많이 찍히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나 독창성은 찾아볼 수 없다. 내 기준 이런 경우를 '잘했다'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은 내 생각과 많이 다른 것 같다. 아니, 분명히 다르다. 


사람들은 선생님을 찾고 있는 게 아니었다. 무언가를 진지하게 배우고 싶다면 돈을 내고 학원에 가거나, 인터넷 강의 수강을 하면 된다. '재미있는 거 없나' '맥북 사야 되는데 뭐가 좋지' 'AI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와 같은 고민이 잠깐 쉬는 시간에,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자기 전 침대에 누워서 가볍게 해결되기를 바란다. 유튜브라면 영상이니 조금 진지하게 주제에 접근해도 괜찮을 수 있다. 그러나 글은 그냥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무겁다. 그래서 더욱 간결하고, 가벼운데 유익하고 재미있는 컨텐츠여야 한다. 그게 지금 이 시대의 '잘'이다.


내가 쓴 글은 이런 흐름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다. 필요했기에 글의 길이가 길어진 것이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글은 영상이 아니다. 무언가 소통이 있지 않다. 단순한 정보 전달만 있지, 자극이 크게 없다. 커뮤니티 댓글이 아닌 이상 글이 쉽고 편하게 재미있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3,000자 가까이 되는 글은 아무리 유익하더라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내가 유명한 작가나 학자면 모를까.


그래서 글의 길이를 1/3로 줄이기로 했다. 이 쪼개진 글을 또 가다듬고 세 개로 나눠서 업로드하기로 했다. 차라리 시리즈라는 형태로 묶어서 짧게 세 개씩 내는 것이 읽는 사람 입장에서 훨씬 편하다. 본인 생각에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다음 글을 읽으면 된다. 이러한 자유를 제공하는 것이 지금의 흐름에 훨씬 적합하다.


책을 좋아하고, 논문을 자주 읽는 사람이라는 것이 오히려 독이었던 것이다. '논리'라는 개념에 쉽게 집착하게 되는 내 사고가 문제였다. 물론 짧다고 해서 논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논리와 이해를 추구하다 보면 말이 자연스레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자세가 나는 옳다고 생각했지만, 시대의 흐름은 이를 반기지 않는다. 세상을 어느 정도 잘 안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하면 할수록, 고민하면 할수록 모르는 것투성이다. 


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해보자는 생각이 샘솟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게임을 잘하지도 못하지만 일부러 난이도를 하드 모드로 올려 그 고통을 즐기는 게이머처럼, 나도 이 세상에 대해 안다고 말할 수 있는 양이 너무도 적어서 더욱 흥겹다. 모르니까 배우면 되고, 배우는 건 즐겁고, 즐거우면 행복하다. 알만큼 알고, 겪을 만큼 겪은 인생 선배들이 아무것도 몰랐던 젊음을 그리워하는 이유가 그래서였구나, 조금은 알게 된 듯하다. 그래서 이 부족함을 즐기련다. 조회수가 0이라 어떻게 관심을 받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이 밤을 더욱 아껴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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