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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Mar 08. 2020

28. 정글탐험

코스타리카/마누엘 안토니오

산호세에서 마누엘 안토니오로 넘어와 하루는 그냥 쉬고 그다음 날의 이야기


 마누엘 안토니오는 자연을 잘 보존한 국립공원으로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곳이다.


코스타리카에 들른 이유라면 역시나 자연! 때문에 마누엘 안토니오 국립공원 투어에 참여하게 되었다.


투어는 2시간 정도 진행되며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다 가이드가 망원경으로 곳곳에 숨어있는 동물을 보여주는 또 사진을 찍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렇게 풀만 보이는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공원에서


이런 각종 동물들이 망원경 속으로 발견되었다.


역시 겉으로만 보이는 것으론 무엇이든 판단하면 안 되는 법, 마누엘 안토니오 공원처럼 인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늘도 사소한 경험을 통해 의미를 찾아나가는 나이다.


많은 동물들을 봤지만 역시 대망의 하이라이트는 요 나무늘보이지 않을까 싶다. 나무늘보는 코스타리카의 상징이라고 할 정도이기에 이곳에 와서 나무늘보는 꼭 한 번 보고 가야겠다 싶었는데 눈앞에 떡하니 나타나 줘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나무늘보 정말 귀여웠다.


투어가 끝난 후엔 각자 자유롭게 출구로 향하거나 공원 내부에 머물거나 하는 등 선택할 수 있는데 난 마누엘 안토니오 비치로 향했다. 비록 수영은 못하며 안 할 거지만 휴양지로 유명한 마누엘 안토니오 비치의 풍경을 눈에 담고 싶었기 때문이다.


홀로 온 여행자기에 셀카봉 삼각대를 이용해 열심히 사진을 찍는데 누군가 한국어로 말을 걸어왔다. '어 뭐지?' 한국인인가 싶어 쳐다봤더니 외국인이다. 알고 보니 미국인인데 경기도 구리시의 고등학교에서 원어민 강사로 일을 하고 있으며 방학 차 이곳에 놀러 온 것이라고 했다. 한국인 하나 없는 이 곳에서 한국어를 그것도 외국인에게 들으니 뭔가 신기했다. 카톡을 교환하고 나는 출구로 향했다.


출구를 나와 바로 있는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옆에서 밥을 먹던 가이드라고 하는 코스타리카인이 말을 건네 왔다. 이름이냐 학생이냐 등 기본적인 것들을 물은 후 자신이 찍은 사진들을 보여줬는데 나무늘보가 새끼를 안고 있는 사진이라던가 정말 희귀하고 진귀한 사진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역시 가이드는 가이드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숙소까지 걸어서 왔는데 생각보다 거리가 상당히 되어 덥고 상당히 힘들었다. 심지어 운동화가 아닌 쪼리를 신은 바람에 발에 물집이 잡혀버렸고 그 와중에 길은 계속된 오르막으로 트레킹을 하는 것도 아닌 것이 무슨 빡센 트레킹을 하는 기분이었다. '버스를 탈걸.' 인생은 종종 후회되는 순간도 꽤나 있는 법이다.


숙소에 와 잠시 땀을 식힌 후 숙소 내부의 수영장에 몸을 담갔다. 27년 인생, 태어나서 처음으로 비키니라는 것을 입고 말이다. 사실 나는 체형이 통통한 편이다. 특히 뱃살이 조금 있는 편이다. 그래서 애초에 수영장 자체도 잘 가지 않았고 그나마 입어도 래쉬가드를 입고 다녔다. 그러나 생에 처음 어차피 다들 날 모르는 외국이라는 점에도 조금은 탄력을 받아 부끄럽지만 용기 있게 비키니 수영복에 도전해보게 되었다. 생각보다 아무도 날 신경 쓰지 않았고 무언가 시도해서 해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다. 꽤 많이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새로 해봐야 할 것들이 투성이다. 앞으로의 삶에 또 무엇들이 있을까 조금 미래가 긍정적으로 보인 순간이었다.


이후 밥을 먹고 맥주를 마셨고


멋진 마누엘 안토니오의 일몰을 바라보았다.


꽤나 알차게 하루가 흘렀다. 보통 이쯤 하루 빡쎄게 여행하고 다음 여행지로 떠나지만 나는 이곳에 내일 하루 더 머무르며 여유를 즐길 예정이다. 취업준비, 학점 등 앞으로 내게 닥칠 것들을 생각하면 언제 또 지금처럼 아무 생각 없이, 나무늘보같이 살아볼까란 생각에 이번 여행은 여유 있게 일정을 짜 놨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 속에 이런저런 생각들이 떠오르면서 뭔가 치유되는 기분도 종종 느꼈고 단순히 늦잠 자고 끊임없이 누워있고 잉여롭게 지내는 것에도 편안한 감정을 느끼고 있다.


여유 속의 행복을 나는 만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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