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코 Mar 12. 2020

36. 여행을 마치고 난 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성장을 목표로 한 35일가량의 나의 중미 여행은 이렇게 끝이 났다. 장기여행이 사실 힘든 부분도 있기에 시원하고 드디어 끝났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는 한편 그간 여행 중 만난 사람들과의 정, 낯선 타지에 내가 존재했었다는 벅찬 감정 등이 내게 아쉽다고, 이대로 떠나기는 아쉽다고 말을 하는 것만 같아서 씁쓸한 마음 또한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 또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다채로웠던 옷을 벗어던지고 다시 칙칙한 무채색 옷을 입는 것과 같은 느낌 하룻밤의 화려한 일탈을 지나 그저 그런 하루의 그저 그런 사람으로 되돌아간다는 느낌 등 한동안 오묘한 생각에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며칠 간은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는 이번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고 깨달았을까. 그토록 원하던 성장은 과연 이룩하고 온 것인가?


먼저 성장을 했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내 대답은 '글쎄.'가 될 수 있겠다. 분명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고 타지에서 지하철을 타본다던가, 모르는 길을 구글 맵을 통해 찾아 가본다던가 스스로 뿌듯할 경험을 많이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성장이라는 단어를 쓸 정도로 내가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얻어냈다고는 솔직히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렇지만 분명 많은 것을 얻어왔다. 낯선 곳에서 난 걸었고 해야 할 것들을 해나갔으며 내가 정한 계획에 맞게 많은 것들을 수행해냄을 해냈다. 언어조차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다. 비록 성장이라고 할 수준까진 되지 않는 수준의 내 모험들이었을지라도 하나하나 모여 마침내 하나의 이야기, 그럭저럭 많은 일을 겪은 나의 이야기 정도로 나의 여행의 종합분으로는 완성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정글을 걷고 화산을 보고 생전 다시는 경험을 하지 못하겠지. 나는 이 여행을 추억 속에 삼켜둔 채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세상을 살아가겠지. 문득 젊을 때 이런 날도 있었지 하며 꺼내볼 수 있는 추억 정도, 이 여행은 그 정도의 추억정도로도 그 값을 다 한 것이라 생각한다.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매일매일 글을 쓴다는 것이 상당히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결론은 글을 쓰길 잘한 것 같다. 비록 많이 부족하구나 라는 생각을 떨칠수는 없지만 적어도 글을 씀이 내 자신과 내 여행에게 이로운 역할을 했다는 것 만큼은 틀림 없기 때문이다. 글이 나의 여행을 더 잊지 못하게끔 만들어준 것 같다.


35일간 잊지못한 추억을 선물해준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코스타리카, 파나마 정말 고마워!










매거진의 이전글 35. 파나마에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