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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코 Mar 19. 2020

03. 망명자들의 마을로

인도/맥그로드 간즈

뉴델리에서 이동할 첫 번째 도시는 바로 맥그로드 간즈였다. 맥그로드 간즈는 망명한 티베트인들이 사는 곳으로 그들의 정신적 지주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달라이 라마가 산다고 하는 곳인데 일반적 인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하여 그곳에 흥미가 생긴 나는 매력적인 맥그로드 간즈를 내 첫 번째 여행지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뉴델리에서 맥그로드 간즈로 가는 티켓을 여행사를 통해 구매한 후 다음 날 여행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나는 봉고차를 탔고 해가 질 무렵 차는 나를 도로 한복판에다 세워주었다.


도로 한복판이라니 몹시 당황한 내게 봉고차 운전자는 '이 곳에서 기다리면 맥그로드 간즈로 가는 버스가 올 거야.'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일단 알겠다고 하며 차에서 내리는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는 길거리 원숭이들이 돌아다니고 길거리 음식을 파는 아저씨들이 몇 분 계실 뿐 그리고 종종 차들이 지나다닐 뿐 한산했고 나는 슬슬 무서워졌다. 그러나 어찌할 도리가 없으니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는데 다행히 조금 기다리니 다른 사람들도 차를 타고 내가 내린 곳에서 내리기 시작했다. 물어보니 나와 목적지가 같은 사람들이 몇몇 보였고 내게 이곳에서 기다리면 된다는 말을 해주었다. 걱정이 다행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해가 지고 슬슬 배가 고파진 내게 한 인도인 남매가 길거리 음식을 사 주었다. 정말 고마웠다. 그들은 내게 장난을 치기도 하고 버스가 곧 올 거니 좀만 참으라는 등 나를 안심시켜주려는 노력을 계속해주었다. 타지에 있기에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 대한 곤두섬이 조금은 있는 상태였는데 그들의 친절함이 이를 뭉개 뜨려 주었다. 정말 친절한 그들의 배려 덕에 나는 비교적 더 편안한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릴 수 있었다.


이후 몇 대의 버스들이 왔고 그들은 그들의 목적지에 가는 버스에 나는 내 목적지에 가는 버스에 탑승했다.


버스에 타니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버스에 누워 쉬려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할 상황이 벌어졌다. 내 옆자리에 웬 동양인 남자가 타는 것이 아닌가. 맥그로드 간즈는 다른 인도 지역에 비해서 비교적 한국인이 많이 가는 곳은 아니기에 혹시 한국인인가 싶어 기대에 부푼 마음에 말을 걸었는데 알고 봤더니 일본 사람이었다. 한국인이 아니라니 조금은 아쉬웠지만 같은 동아시아인을 만난 것 역시 무척이나 반가웠기에 나는 부족한 일본어로 이래저래 말을 걸었고 우리는 버스를 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본인 남성 분은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신데 여러 여행객과 인도인들을 대상으로 '인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며 인도 전역을 돌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맥그로드 간즈에 가는 이유는 티베트 스님들에게 해당 질문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무언가 목적을 가지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이 대단하고 멋있게만 느껴졌다.


이른 새벽 버스는 맥그로드 간즈에 도착을 했다. 사실 택시로 갈만한 먼 거리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너무 새벽이고 날이 추웠기에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고 맥그로드 간즈 마을로 들어오게 되었다. 차는 나를 대로변에 데려다주었고 숙소는 차로 들어갈 수 없는 골목에 있으니 걸어서 가야 한다는 택시기사의 답변을 받고 택시에서 하차하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마을의 집들은 미로처럼 골목골목 이어져있었다. 한참을 헤맨끝에 숙소를 찾은 나는 짐을 푼 채 잠시 휴식을 취했다.


아침해가 뜨고 나는 마을을 구경하기로 마음먹고 마을 대로변으로 나왔다. 맥그로드 간즈는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공기 맑은 소박한 시골마을로 규모는 아담했으며 진짜로 인도가 아니라 티베트에 온 것처럼 동양적으로 생긴 티베트 인들이 많이 살고 있었고 티베트 불교 사원이 동네 몇 군데에 세워져 있었다. 음식 또한 티베트 음식을 많이 팔았는데 모모라는 만두 비슷한 음식이 정말 맛있었다.


나는 각종 사원들을 구경하고 음식을 먹고 평화로운 이 시골 마을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즐겼다.

고생 끝에 온 보람이 있었다. 맥그로드 간즈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었다.


사원의 풍경
티베트 음식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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