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인생
손석희 아나운서가 적은 "지각인생"이라는 짧은 글이 있다. 40이 넘어 유학길에 오른 뒤 겪은 일을 이야기하며 본인의 삶을 담담히 풀어 적었던 그의 글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시간의 흐름 속을 살아온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다. 주위를 둘러봤을 때 종종 자괴감이 찾아오면 그가 적은 글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힘이 되어 주었고, "지각인생"이라는 단어는 갑옷이 되어 삶의 버거움을 견디게 해 준 소중한 네 글자가 되었다.
짧은 그의 글을 통해 받은 위로는 저렇게 글을 적고 싶다는 작은 꿈으로 치환 되었다. 일상에서 느꼈던 감정이나, 책과 영화에 대한 감상을 짧게 적기 시작했다. 천성적으로 타고난 게으름 탓에 습관이 되진 못했지만, 먹고사는 행위 이외에는 별다른 감흥이나 취미가 없던 나에게는 두근거림을 가져다 주는 개봉 예정작과 같았다.
타고난 게으름을 이겨내고 나의 생각을 기록하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기 시작했다. 딱히 어떤 주제를 가지고 이 공간을 채워가야겠다는 생각은 아직 없다. 일상에서 파편같이 튀어 오르는 일들과 그것을 통해 바라보는 삶의 희로애락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이다. 무슨 대단한 철학이나 인문학에 깊은 조예가 있어서 심오한 글을 적겠는가? 그저 짧게 적어가는 글이 다른 이에게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게으름을 이기고 글을 적었던 몇 분의 시간이 가치롭게 남을 것 같다. "지각인생"이라는 짧은 글이 나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던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들어오셨던, 찾아와 부족한 글을 읽어 줄 당신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나의 삶과 당신의 삶의 시간에 작은 공감이 함께하기를 바란다. 공간과 시간의 접점에 나의 글자가 자리했었다는 기쁨을 주신 그대들이 조금 더 웃으시길 기도하며 첫 글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