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km 달리기를 누군가와 같이 해본 적은 없었다.
늘 혼자 달렸기에 같이 호흡을 맞춰 뛰는 경험은 흥미로웠다.
엇비슷한 체력을 가지고 있는 선배님이시기에 10km를 한 시간 안에 들어오는 것으로 이야기하고 달리기를 시작했다.
결과는 10km 54분 30초로 마무리하였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몇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달리기를 버티는 힘을 기르는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내가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달리면서 그 속도를 최대한 유지해 정해놓은 거리를 완주하는 형태였다.
초반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호흡을 가다듬고 페이스를 처지지 않게 버티면서 달리기를 하고 완주한 다음의 기록을 즐겼다.
내가 가진 에너지를 정해놓은 거리 안에 다 쏟는 형태의 달리기였다.
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에 포커스가 되어 있던 일상이 무의식 속에서 달리기에도 묻어 있던 것이다.
선배님은 달랐다.
천천히 시작해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고 마지막은 페이스를 올려 치고 나가시는 스타일이었다.
에너지를 쏟는 느낌보다는 달리는 자체를 즐기면서 몸의 활력을 채워 가시는 달리기였다.
작은 것에 의미를 깨닫고 감사와 즐거움을 표현하시는 평소 선배님의 모습과 닮아 있었다.
같이 10km 달렸지만, 초중반까지는 내가 앞서 달렸고 중후반에는 선배님이 앞서서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달렸다.
마쳤을 때 나는 내 힘을 다 쏟은 느낌이었고, 선배님은 에너지를 채우신 모습이었다.
달린다는 행위는 같았지만 서로가 다른 형태로 달리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신기했다. 단순한 달리기 속에서도 각자의 삶이 묻어 나왔던 모습이 흥미로웠다.
목표 지향적인 나와 과정 속의 즐거움을 채워 갔던 선배님 과의 달리기.
다음에는 선배님처럼 서서히 페이스를 올리면서 에너지를 채우는 달리기를 경험해봐야겠다.
이걸 해야만 돼, 모든 걸 쏟아야 돼, 버티고 견뎌야 돼! 같은 강박을 잠시 내려놓고 행위 자체의 즐거움을 즐기며 달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