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아무도 없다.
공기는 맑고 햇살은 비추기 시작하고 흙 나무 풀 향이 오감을 자극한다.
새소리가 들리고 계곡길을 오를 때는 물소리가 길을 함께한다.
가파른 길을 오를 땐 평소에 들을 수 없는 심장소리가 귀를 울린다. 거친 호흡에 땀이 흐르고 고개를 숙이면 안경 위로 땀방울이 떨어진다.
살아있다. 내가 살아 있다는 실감을 한다.
존재에 대한 인식이 자연 속에서 강해진다.
생각은 사라지고 무아의 세계 속에 어느새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게 된다.
난 살아있다. 지금 나는 존재한다. 알 수 없는 자연의 삼라만상 속에 작지만 그 속에 존재하는 나를 깨닫는다.
힘을 쏟아 산을 오른다? 아니다.
산이 나에게 힘을 준다.
산이 바라보는 그 아래 세상에 나를 버티게 하는 힘을 줘서 내려보낸다.
그래서 오른다. 가고 싶어지고 보고 싶어 진다.
자연은 부모와 같다. 나를 한없이 품고 또 품어준다.
최근 산을 왜 오르는지 많이들 물어본다.
그냥 좋다.라고 말하기엔 나의 산에게 조금 미안해서 적어보았다.
산에 대한 나의 연서(戀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