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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식 Sep 03. 2018

37. 페어플레이는 놀이의 생명이다

놀이로 인해 우리는 폭력과 좌절의 대안을 계발할 수 있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 인내를 배우고 낙천주의에 도달한다.  Play allows us to develop alternatives to violence and despair; it helps us learn perseverance and gain optimism. 

–– Stuart Brown M.D. Contemporary American psychiatrist 


필자는 새 학년이 시작되는 첫 날에 가장 좋아하는 영단어가 무엇인지 왜 그 단어를 좋아하는 지 발표해보는 수업을 한다. 우선 필자가 먼저 페어(fair)를 가장 좋아한다고 발표를 한다. 알다시피 페어는 ‘공평한’이라는 뜻과 ‘아름다운’이라는 뜻을 가진다. 좀 어렵게 얘기하자면, 페어는 ‘공평한·공정한’이라는 의미일 때 정의와 윤리의 기본을 나타내고 ‘아름다운’이라는 뜻일 때는 미학적인 의미를 담는다. 페어라는 하나의 말 안에서 윤리와 미학이 통일을 이룬다. 페어플레이는 아름답다. 그러나 대학생과 초등학생이 어떤 경기에서 맞상대하여 기량을 겨룬다고 할 때 페어플레이는 대체 무슨 의미를 가질까? 페어플레이는 단지 정해진 규칙을 지키는가 어기는가의 문제는 아니다. 

동물행동학자들의 관찰에 따르면 개나 곰 같은 육식동물들이 어렸을 때 큰 놈과 작은 놈이 몸싸움을 하며 놀이를 하면서 큰 놈이 자신의 힘을 다 쓰게 되면 작은 놈은 자꾸 지면서 놀이에 흥미를 잃게 되고 큰 놈 역시 같이 놀 상대를 잃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큰 놈이 함께 놀기 원한다면 상대의 덩치에 따라 힘을 조절하여 몸싸움을 하게 된다. 동물들도 페어플레이를 할 줄 알고 페어플레이의 본질이 무엇인지 살아가면서 배운다. 심지어 개미들조차 페어플레이를 한다. 극히 공격적으로 알려진 흰개미의 어떤 종류는 싸울 때는 독성물질을 쏘고 물어 뜯으면서 상대를 죽인다. 그러나 놀이를 할 때는 상대에게 부상을 입히지도 않는다. 또 다른 종류의 개미들은 놀이할 때 상대에게 부드럽게 접근해서 일대일로 맞붙어 싸우고 상대가 쓰러지면 일어나길 기다렸다가 다시 싸움놀이를 한다. 게다가 상대방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 

인간 이외의 동물들도 놀이를 한다는 말을 들어면 쉽게 수긍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당연히 동물들이 놀이를 한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개미가 놀이를 할 지 모른다는 관찰을 믿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를 두루 살피면 인간만이 공정함에 대한 감각과 인식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확실하다. 어떤 실험에서 두 원숭이를 유리로 서로 격리시킨 다음에 한 원숭이에게 먹이를 10개 나누어 주었다. 그 원숭이는 10개 중에서 일부를 유리 건너편의 친구에게 주어야만 자신도 먹을 수 있다. 건너 편의 원숭이는 친구가 주는 먹이를 수용하거나 거부할 선택권을 가지는데 거부권을 행사하면 둘 다 먹이를 먹지 못하게 된다. 결과는 매우 흥미로웠다. 대다수의 원숭이들이 자신이 절반에 가까운 먹이를 받기 전까지는 계속 거부권을 행사했다. 영장류는 공정함에 대한 인식과 판단과 감각을 지니며 놀이할 때도 그런 감각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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