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시 Aug 26. 2024

모닝페이지

18. 이 나이가 사랑스럽다.

원두를 갈고 종이필터 위에 커피를 내렸습니다.


낯선 사람들과 스스럼없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나이. 어느새 나의 나이가 그곳에 닿아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하면서도 적당히 상대방을 읽고 그 느낌에 따라 새로운 비즈니스를 해 나갈 수 있는 나이. 이 나이가 사랑스럽습니다. 적당히 실수를 해도 나이가 덮어줄 수 있고 조금만 잘하면 나이가 띄워줄 수 있는 그런 나이가 육십 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얼굴만 알고 스치던 이들이 자꾸만 말을 걸어옵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그쪽에선 꽤 오래전부터 나를 알고 있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도 종종 있어서 늘 언제나 처신이 옳아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습니다. 나를 조금만 알아주고 인정해 주면 나는 어느새 자존감이 높아져서는 얼굴에 가득 햇살이 번지고 있다는 것을 을 느낍니다.  이미 알고 있을 것 같은데도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대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상처를 받기도 하는데 결국 나도 그런 사람 중에 하나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상처는 곧 아물어집니다. 오늘 새로 알게 된 이가 있습니다. 전혀 낯선 이는 아니고 그저 얼굴정도는 알고 있는 이였는데 그이가 내게 말을 걸어와서 한참 동안 이야기를 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새로운 목표를 하나 만들어 봅니다. 이곳에서 자주 낯선 사람들과 대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 그래서 나도 교회에 아는 지인들을 차차로 늘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그 친해지는 정도가 친구 같은 형태까지는 가지 않더라도 만났을 때 반갑게 인사를 건네고 받을 수 있을 정도까지만 되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내 마음의 한 자락을 그에게 제공해 주는 것입니다. 그 사람의 아주 작은 부분이 내 마음속 어딘가에 흔적을 남기게 되는 것이겠지요. 가끔 상처가 되기도 하겠지만 상처보다는 훨씬 많은 즐거움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사람을 만나는 일. 가끔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이 즐겁기도 합니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과 꾸린 독서모임이 기다려지기도 하고 새롭게 시작하려고 하는 제과제빵 배우는 일에도 기대가 큽니다. 아참 시창작반에는 또 어떤 신입분이 오시게 될까요. 많은 분들. 특히 퇴직자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내게도 그분들께도 만남이 즐겁고 설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날마다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애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오히라 노부타카의 <<게으른 뇌에 행동 스위치를 켜라>>에 나오는 문장 "우리는 모든 행동에 '자기 목숨의 남은 시간'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라는. 그러니 행복해지도록 노력하며 살아야 합니다. 하기 싫은 것,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만나지 않기로 합니다.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남편에게 잔소리하지 말기로 합니다. 어차피 바뀌지 않습니다. 두 다리로 걷는 삶을 끝까지 지키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합니다. 생의 마지막을 침대에 누운 채 인간이 아닌 것 같을 삶을 살지는 말아야지요. 날마다 산책을 즐거움으로 하기로 합니다. 내가 글 쓰는 일을 잊어버리더라도 조금 게을리하더라도 내 다리에 근육을 올리는 일에는 절대로 게을러지면 안 될 것입니다. 그때만큼은 귀차니즘도 용서하지 말기로 합니다. 사람이 자기 몸을 남에게 의지할 때는 아기 때로 족해야 합니다. 정말 간절한 바람은 삶이 다하는 순간까지 두 다리로 걷는 일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닝페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