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따시 Sep 21. 2024

모닝페이지

19. 꿈이야기

창밖으로 보이는 불빛이 다섯 개입니다. 그중 특이한 파란색 불빛이 보이고 하나는 점점 커졌다가 사라지는 것을 보니 자동차 불빛이었나 봅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불빛을 바라보는 것도 밤하늘에 별을 찾는 것과 조금 닮았습니다. 처음에 언뜻 볼 때는 유난히 반짝이는 것 몇 개만 보이다가 한참 동안 응시해 보면 아주 작은 것들까지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꿈을 꾸었습니다. 한 스타가 우리 집을 방문했습니다. 느닷없이. 목적은 집안에 있는 안 쓰는 물건들을 찾아가지고 판매를 해서 기금을 마련한다고 했습니다. 꿈속 우리 집은 아주 넓어서 방송국 사람들이 다 들어와도 여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얼른 오라고 난리 칩니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이제 그만이라고 소리치며 대문을 단속하러 나간 사이 카메라는 나의 애장품들을 하나씩 들춰내면서 어떤 것을 가지고 갈 것인지 자기들끼리 이야기합니다. "이건 너무 오래된 물건이라 내어줄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 데도 그저 웃기만 합니다. 오늘은 바라 보기만 한 것이 아니고 손으로 만져 보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소식도 없이 불쑥 오면 사람이 집에 없을 수도 있고 촬영을 허하지 않을 수도 있는 문제 아닌가 하면서도 나의 관심은 떠나기 전에 사인을 받아놓는 것으로 돌아갑니다. 어디에 사인을 받을까 하는 고민은 잠이 깨었을 때 했는지 아직 꿈속에서 했는지 알쏭달쏭합니다. 그렇게 스타와 함께 바쁜 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작은 딸내미는 밤샘근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가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그렇겠지요. 처음 있는 일, 처음 만나는 일에는 염려와 불안이 따라다닙니다. 설레고 즐거운 일이라고 백 퍼센트 기쁘고 행복한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느 쪽으로 치우쳤는가에 따라 다른 감정들은 뒤에 서게 되니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것 분입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어서 기회만 되면 바로 앞으로 자리를 바꾸고 얼굴에는 찰나의 감정이 스치게 되는 것입니다. 입으로는 감정을 숨길 수 있으나 얼굴로는 감정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갑자기 불쾌해진 감정은 얼굴을 확 달아오르게 하고 근육 세포 하나하나를 곤두 세우게 하는데 그 감정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을 때 가장 쉽게 만드는 위장술은 살짝 입꼬리를 올려 미소 지으며 어떤 말이든 상황에 맞지 않는 말이라도 우선 하게 되는 것이지요. 지나고 나서 다시 화를 내거나 떠져보거나 하더라도 말입니다. 그래서 가면이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내면을 얼굴에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하게 사는 사람 같습니다. 그만큼 자신을 감추면서 살 일이 많지 않다는 뜻.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뜻, 그런 뜻의 풀이가 됩니다. 좋은 말로 할 때는 소신 있고 개성 있게 산다고 말하고, 안 좋은 말로 하면 제멋대로이고 안하무인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물론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세상에 무슨 일이건 100% 확신할 수 있는 일은 없는 것입니다. 까만 어둠이 걷히니 불빛은 사라지고 푸른 새벽이 돋아납니다. 베란다의 꽃들과 함께. 어제보다 미세먼지 사정은 좋아진 것 같습니다. 산봉우리를 타고 미끄러지듯 흐르는 계곡의 선이 드대로 나타나는 것을 보니. 연필화를 그리고 있는 사람 같습니다. 처음에는 산봉우리 몇 개를 그리고 계곡과 계곡사이에 경계를 만들더니 이제 하나 둘 작은 건물들이 그려지기 시작합니다. 아직 더 낮은 냇물까지는 그리지 못했습니다. 어렸을 때 도화지 위에 산을 먼저 그렸고, 집과 길을 그리고 냇물을 그렸던 순서는 새벽이 드러나는 순서를 따른 것이었나 봅니다.

작가의 이전글 모닝페이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