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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시 Sep 22. 2024

모닝페이지

20. 꿈, 꿈 이야기

부드러운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꿈은 우리의 잠재의식이라고 했다. 잠재의식의 저 아래 있는 것들이 꿈의 형식을 빌려 내 잠 속에 나타나는 것이라고. 나는 어떤 생각들을 했기에 며칠 걸러 한 번씩 유명 스타들이 내 꿈속에 방문했을까? 어제저녁 지인과 통화하며 나누었던 이야기들의 연장인가? 그렇더라도 어젯밤 스타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는데. 그의 방문은 의외다. 가끔 정치인들 특히 현직 대통령들이 내 꿈에 올 때가 있었다. 그들과는 이야기도 하고 전혀 스스럼없는 사이가 되어 현재를 지나가는데 어젯밤 스타는 연예인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만났다. 그런데 내 옆에 있던 꼬마는 누구였을까? 꿈속에 등장하는 알지 못하는 아이. 그러나 그곳에선 매우 친밀하고 익숙한 그 아이는 누구일까? 혹시 어린 날의 나인가? 내 안에 숨어 있는 어린아이 인가? 육신이 성장하고 마음이 복잡해지면 보이지 않다가 어느 정도 안정이 되면 슬그머니 꿈속에서 주인공으로 자리 잡고 나타나는 것일지도 몰라. 그 아이는 가끔 딸이었다가, 이웃이었다가, 어젯밤엔 관계가 무엇이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보살피는 아이 었고, 내 옆에 딱 붙어 있었는데도. <<달러구트 꿈 백화점>>엔 특별한 꿈이 있었다. 살아 있는 사람이 사후에 내보낼 꿈을 미리 맡겨 두는 꿈. 그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우리 엄마도 꿈 백화점에 꿈을 좀 사놓았더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다. 잠시겠지만 온전한 엄마와 마주해서 - 꿈속에 오는 엄마는 말을 하지 않는다- "사랑한다"라고 꼭 말해주고 싶다. 한 번 꼭 안아드리고 싶다. 사후 세계인 <호텔 델루나>의 사장도 꿈을 파고 있었는데 우리 엄마는 가난하니 숨겨놓은 재산도 없으니 거기에는 의뢰하지 못하겠다. 그래도 한 번 보고 싶다. 악수도, 포옹도, 말도 주고받는 꿈에.

가끔 꿈이기를 바라는 꿈을 꿀 때가 있다. 아주 슬픈 일에 처했거나 정말 곤란한 일에 빠졌을 때. 꿈속에서 얼른 깨어나기를 고대해 본다. 그러면 곧 잠이 깨고 나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래 꿈이었어"

현실이지만 꿈이기를 바라기도 한다.

10여 년 전 자동차 사고가 일어났던 시간에도 나는 꿈인가? 하고 바랬던 적이 있다. 큰 실수를 한 것도 없이 한 순간에 차가 개울 속으로 곤두박질 쳤을 때 꿈은 아니었다. 다행히도 내 몸은 상처하나 없었다. 119가 올 때까지 운전석에 거꾸로 박힌 채 꿈쩍도 못하고 있으면서 "제발 이건 꿈일 거야"라는 말을 되풀이했던 아침이었다. 사람들이 오고, 차가 폐차되고, 출퇴근 길이 불편해지고. 현실이었다. 냉혹한.

뒤로 자빠지면서 대퇴골이 부러졌던 저녁엔 더욱 간절하게 꿈이길 바랐었다. 수술을 하고 휠체어에 앉고, 지팡이를 짚고 걷는 연습을 하면서도 긴 꿈이 어서 깨나기를 바랐지만 깰 수 없었다. 현실이었으므로.

꿈은 바라는 것인가 보다. 보고 싶은 엄마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는 꿈, 이 나쁜 일들이 현실이 아니길 바라는 꿈, 내가 원하는 시인이 되기를 바라는 꿈, 건강한 다리를 만들 수 있기를 바라는 꿈.

바라지 않는 것은 꿈이 아니다. 작은 것이던 큰 것이던 우선 꿈으로 삼고 그것을 바라보아야겠다. 혹시 모르지. 멀리 있는 것 같아도 바로 옆으로 다가와 있을지도.

<<오래된 골동품 상점>>이 내게 특별한 이류는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다른 두꺼운 책들을 읽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어졌다는 거다. 물론 <<월든>>을 읽기 시작하면서 조금 터득하긴 했는데 하루에 한 장씩 읽으면 되겠다던 큰아이의 말을 흘려듣지 않고 실행하니 벌써 1/6을 읽게 되는 기적이 일어났다.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730쪽의 책은 책장 속에서 먼지만 쌓였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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