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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따시 Oct 18. 2024

모닝페이지

21. 어두운 새벽, 밤 보다 까만 커피 한 잔을 마십니다

아이가 밤샘 근무를 하고 새벽에 퇴근하는 주간입니다. 어쩌다 보니 나 역시 일찍 일어나 있습니다. 무사 퇴근을 확인하고 책상 위에 앉는 하루의 습관처럼 되어버린 일입니다. 이제 이 일은 시작이고 언젠가는 무디어져서 각자의 삶에서 더러 안부를 챙기는 일을 잊기도 할 때가 올 테지요. 그렇다고 지금의 상황이 아이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혼자 힘으로 세상에 우뚝 선채 걸어가고 있는 모습에 응원을 보내는 것입니다. 하루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으로. 카카오톡을 개발한 사람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문자메시지 보다 더 친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때문에 전화를 거는 번거로움을 피하더라도 하루의 안녕을 물을 수 있어 좋습니다. 늦은 밤. 이른 새벽에도 슬며시 말을 걸어 놓으면 화답해 오는 그래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그곳에 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안심을 하곤 합니다.


우리는 나를 볼 수 없습니다. 나의 눈은 밖을 향해 있기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몸을 볼 수가 없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고서야 비로소 내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나의 내면의 거울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외면은 거울 속에 있는 모습을 내 눈으로 볼 수 있지만 나의 내면 혹은 나 자신을 비추어주는 거울은 아직 없으니 우리는 그 거울을 타인에게서 볼 수 있습니다. 외면을 비추는 거울은 일방적입니다. 내 모습을 거울에 비추면 거울이 선명하게 보여주는 관계입니다. 내면은 서로 소통해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서로 말을 하고, 주고받는 관계가 될 때 그곳에서 나의 속사람의 모습이 비추어입니다. 겉모습이 때때로 다른 모습인 것처럼 속 모습도 일정하지는 않아 가끔 다른 모습, 어떤 때는 나마저도 깜짝 놀라는 모습을 만나기도 합니다. 


누구를 만나 소통을 하는가에 따라 나의 속모습은 모양을 달리하니 우리는 서로의 만남이 신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산 속이나 오지에서 혼자 사는 사람은 거울을 볼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들이 자연의 것들, 나무나 풀, 햇볕, 바람 혹은 동물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않는다면 그저 마당 한 귀퉁이에 놓인 어떤 물건과 다를 것이 없을 것입니다. 사람에 지쳤다고 생각하는 사람조차도 그 말을 역시 사람에게 쏙아내고 있습니다. 얼마간은 혼자 있을 수 있겠으나 다시 사람과 섞이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통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가 어제 회원들이 감탄했던 어떤 말이 생각나 슬쩍 그 이야기를 옮겼는데 글을 쓰다 보니 거울을 보는 것 자체도 소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과의 소통. 내 겉모습이 어떤지를 보기 위해 거울을 보듯이 나 자신을 알기 위해서도 거울을 보아야 합니다. 거울을 보지 않고는 결코 내 모습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래서 만나는 나의 거울들 또는 누군가의 거울이 되는 나 자신은 스스로 반짝일 수 있을까요? 누군가를 통해 거울로서의 나를 항상 깨끗하게 잘 정돈해 두어야 합니다. 나는 그 누군가의 역할을 꼭 사람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밤중이나 새벽에 슬그머니 놓아두는 카카오톡 메시지처럼 글로 써서 슬그머니 놓아둔 수많은 책들이 있으니까요. 책은 그저 읽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독후감을 쓸 때 한가라라도 실행해 보고자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이 책과 소통하는 것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덮고는 '너무 잘 쓰인 책이다'라는 소감 한마디로 끝낸다면 그 거울 보기는 실패입니다. 거울은 자세히 보아야 하고, 나 자신의 매무새를 고칠 수 있을 때 역할을 다합니다. 날마다 깔끔하게 닦아야 타인의 거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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