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요즘이야기, 가능성을 소망하는 마음
카페 오르골에서 커피는 이미 마셨습니다.
설날이면서, 주일이면서, 결혼한 딸이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면서... 이렇게 여러 가지가 겹쳐 있는 날입니다. 딸이 결혼하고 처음 맞이하는 명절이라는 것은 사위가 명절에 처음 오는 날이라는 뜻 입니다만 우리 사위는 오지 않았습니다. 딸과 사위는 명절을 각각 자기들의 본가에서 보내 기로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딸은 시어머니에게 전화를 했고 시아버지와도 전화로 새해 인사를 했다고 합니다. 사위는 내게 전화를 해서 새해 인사를 했습니다. 육십 대의 세대와 이제 서른이 된 아이들의 세대가 너무 달라서 당혹스럽긴 한데 현명한 아이들이 자신들의 행복을 위해 선택한 길이라고 하니 또 그것도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불편한 마음으로 서로 얼굴 붉히고 짜증스럽게 명절을 보내기보다 각자의 부모님 밑에서 오랜만에 며칠이라도 편히 쉬어보고자 한다고 말하니 우리가 상식이라고 기본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꼭 틀린 것이라는 것은 어떤 기준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받아들입니다. 하긴 서른이 넘은 자식들을 늙어가는 부모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가체가 우리의 착각인 것도 같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나의 기도는 딸의 행복과 딸의 가정이 온전하게 만들어지는 것과 딸의 시어머니가 행복하고 나도 나의 남편도 즐거운 삶을 살게 해 달라는 기도에서 더 나아갈 수 없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이고 기쁨이라고 정의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명한 젊은이들은 자신들이 행복한 방법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방법이 어떻게 획기적인 것으로 둔갑하게 된 것일까요? 누군가는 먼저 시작을 했을 것이고 이제 MZ세대들에게는 차츰 다져지고 있는 추세라고 하니 놀랍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오르골카페에 갔습니다. 예전에 혼자 가서 커피 한잔 마시면서 이구석 저구석 쮸뼛거리느라 구경도 하지 못했는데 이번엔 오르골 하나씩을 만들었습니다. 각자 마음에 드는 재료들을 고르고 구상하여 예쁘게 장식하는 것인데 같은 가격을 들여도 완성되어 있는 제품보다 손으로 직접 만든 것이 훨씬 예뻐 보입니다. 내가 만든 것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이것도 내 새끼라서 그런 걸까요? 내가 만든 음식, 내가 만든 물건, 내가 그린 그림, 내가 찍은 사진. 그렇게 내것은 더 애착이 가는 것인가 봅니다. 내가 낳은 아이들까지
모닝페이지가 모닝이 아닌 이브닝이 되었습니다. 아침에 노트를 마주할 시간을 얻지 못해서 늦게라도 노트를 열었는데 주변이 시끄러우니 생각을 붙잡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그동안 아침에 모닝페이지를 기록할 수 있었던 시간들이 참으로 고맙습니다. 오후의 노트도 썩 나쁜 것은 아닙니다. 창밖으로 바라보이는 하늘은 노을을 만들고 있습니다. 종일 흐린 하늘이었는데 노을은 붉은색입니다. 하늘을 보고 내일의 날씨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내일은 밝은 해가 책상 가득 퍼지기를 기대합니다. 사실은 비가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소망해 봐도 비가 내리 지은 않을 것 같아서 더 가능성 있는 일에 소망을 걸어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