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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공장장 Jul 15. 2023

중독자들 리뷰

10년 전, 나에게

정말, 오랜만에 홍대에 갔다.


개인적으로 본장本長은 돌아다니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때문에 서울에서 내 바운더리는 한성대 입구역부터 혜화 역까지 한정되어 있다.


약 7년? 8년? 정도 전에 쓴 대본이 있다.

의뢰받은 글 쓰기였는데 '게임 중독'에 빠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써달라고 했다.

제목은 '중독자들'로 정했다.


초고를 집필하고 까맣게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우컴퍼니에서 '중독자들' 낭독회를 한다고 작가님이 한 번 오시란다.


본장本長은 낭독회 장소가 대학로인 줄 알았다.

그래, 잠깐 갔다 올까,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선뜻,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는데.


알고 봤더니 낭독회 장소가 대학로가 아닌, 홍대 쪽이었다.


이런...


멀리 나가는 거 귀찮은데.

... 비도 많이 오는데.



중독자들 시놉시스

인터넷 게임 중독자 수용소가 생겨났다.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게임 중독에 걸린 사람들을 신고받아, 치료할 목적으로 그들을 중독자 수용소에 감금한다. 중독자라 불리는 이들은 수용소에 감금된 채로 정신 교육과 육체 훈련을 받는다. 게임 중독 치료의 목적으로. 그러나 정부는 수용소 프로그램으로 게임 중독이 치료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자들을 감금한 채로 계속해서 치료하려고 하자 그들은 수용소를 탈출하기 시작한다.






공연장 안, 관객 입장 중


낭독회를 시작하기에 앞서, 우컴퍼니 대표님이 작품에 관해서 짧게 소개를 했다. 작가와 본인이 의기투합하여 약 10여 년 전에 초고를 완성한 작품이라고. 아, 7,8년 전이 아니라 10년이었나? 세상에나, 벌써 그렇게 세월이 흘렀나? 


잠시 후, 무대가 완전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중독자들 낭독회가 시작되었다. 


10여 년 전에 쓴 작품이라, 


솔직하게 말하자면, 내가 썼음에도 불구하고, 디테일한 내용이 잘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제 삼자의, 혹은 어떤 젊은 작가의 신작을 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낭독회가 진행되는 동안, 중간중간 잊고 있었던 것들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내용이 떠오른 게 아니라, 10년 전 내 문체가 생각이 났던 것이다. 정말이지, 그건 새로운 경험이었다. 지금이랑 바뀐 내 문체를 보고 듣고 있다는 것이. 또, 그걸 바로 알아챈 것도 신기했다.


마치, 제 사의 벽을 넘어 과거의 나와 마주하고 있었다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기 때문에 지금과 비교해서, 어설픈 부분이 있었다. 구조나 인물에 대해서도 수정할 부분이 보였다. 어쩐지 살짝, 부끄러운 느낌도 들었다. 옛날 사진 속의 나를 보는 기분? 혼자 봤으면 추억에 젖을 만도 한데, 관객들과 같이 보고 있노라니, 으으... 느낌이 이상했다.  




10년 전 나에게,


'중독자들' 내용에 관한 리뷰는 없다. 그저 전체적인 느낌? 뉘앙스? 그리고 과거의 나에 대한 짧은 리뷰를 할까 한다. 굳이 표현하자면 10년 전, 이장공장장 리뷰 라고 해야 할 것 같다.


당시에 나는 '자아'와 '정체성'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극이 진행될수록, 그러한 질문이 쉴 새 없이 반복되고 있었다. 작품 외적으로 드러나진 않았지만, 내적으로는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들, 어쩐지 낭만과 청춘의 한 페이지 같은 것 말이다. 


나는 지금 왜 여기에 있는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모든 것이 실제 한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왜 하필 나인가? 


'중독자들'은 게임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실은 게임 속에 빠진 '나'와 세상에 섞이지 다른 '나'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낭독회를 보면서 살짝,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당시에 나 자신에게 던졌던 질문들. 사실, 그러한 질문을 가졌다는 것조차, 까맣게 잊고 살았지만,


그 질문들에 대해 '지금의 나'는 나름의 대답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를 만난다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지금의 내가 가진 답을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무대는 제 사의 벽으로 막혀 있고, 저 안에 '나'는 2013년에 살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먹먹해졌다. 


정말이지, 과거의 나에게 

"괜찮아. 잘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는데.



낭독회 후, 배우들 인사


쑥스럽지만, 즐겁고 색다른 경험이었다.


배우들은 모두 초면이다.


대사의 한 문장, 지문까지 소중하게 읽어준 그대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감사합니다. 재미있게 잘 봤어요."







https://www.youtube.com/channel/UCi80Rsyn3H-e_B-af9F1KRg


https://dearfactory2015.modoo.at


https://blog.naver.com/81b612/223156929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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