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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공장장 Jul 20. 2023

우울증은 존재하지 않은 병이다?

마음 아픈 사람들의 이야기

1.

앤드류 테이트는 우울증은 없고, 오로지 우울한 감정만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한국의 모 유튜버 또한 비슷한 논리를 펼쳤다. 앤드류 테이트 코스프레를 하더니만, 기어이 정신이 나간 모양이다. 그 유튜버는 한 발 더 나아가, 우울증을 앓는 이에게 10억을 주면, 우울증이 바로 치료된다고도 했다. 알파메일, 상남자, 능력 있는 남자가 새삼스럽게 조명되는 요즘이다. 유튜버의 치기와 허세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로 우울증이 없다고 믿는 것은 아니겠지? 차라리 지구가 평평하다고 했더라면 저 녀석, 뭔가 말 못 할 사연이 있나 보다. 이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우울증은 존재하고, 나 또한 그 병을 앓은 적이 있다.


나는 지금도 정신과 약을 먹고 있다. 불안장애도 같이 진단받았는데 병의 순서는 잘 모르겠다. 우울증이 생기고 불안장애가 온 것인지, 불안장애가 오고 나서 우울증이 온 것인지 말이다. 그 밖에 정신질환과 관련한 여러 가지를 진단을 받았는데, 각설하자. 지금 나는 우울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지구가 평평하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도 아니니까. 여하튼, 나는 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고 제법 많은 시간 그 병을 고치려고 노력했다. 우선, 나랑 잘 맞는 정신과를 찾아다녔다. 약을 먹어도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으니까. 최면치료를 받기도 했다. 부정적이고 극단적인 생각이 나를 휘감을 때마다 혹시 내가 귀신이 들린 건 아닌가, 신부님이나 종교인을 만나보기도 했다. 용하다는 무속인을 만나 본 적도 있었고 우울증 치료에 탁월하다는 한의원을 가보기도 했다. (사람이 극단으로 몰리면 이렇듯, 위험해지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일들을 하고 있는 동안에도 (다행스럽게도 아직 이성이 남아 있었서) 나한테 맞는 정신과를 찾는 일도 병행하고 있었다.


누가 그러더라.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

아주 간단했다. 나는 낫고 싶었고, 건강해지고 싶었다.


이 지독한 혼란과 감정의 기복. 증상은 점점 심해져 갔다. 말을 할 때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목소리가 떨렸다. 몸도 심하게 떨렸다. 이런 모습을 타인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서 사람들과 만나는 일을 자중했다. 결국 나는 스스로 고립되고 말았다. 방송에서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하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그것이 내 이야기가 될 것 같아서 무서웠다. 피해망상까지 시작된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창작이나 예술활동은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결국 나는 모든 일정을 다 취소하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제법 긴 시간 동안 내 아픈 마음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나와 맞는 정신과를 찾게 되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약을 처방받았다. 선생님 말씀에 따르면,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증상들이 도파민 이상으로 야기된 경우가 많다고 했다. 내가 나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2.

매거진을 연재하며 차차 후술 하겠지만, 지금은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물론, 앞서 말했듯, 증상이 호전되었다고 해서 약을 아주 안 먹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하면 나는 아주 많이 괜찮아졌다. 지금 나는 다시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 예술단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극작과 연출 일 또한 병행하고 있다. 공연 제작과 기획 일 또한 다시 매진하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 당시 나는 우울증이라는 병에서 간절하게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온갖 나쁜 생각들이 나를 짓누를 때도 좋은 생각만 하려고 했다. 의사 선생님의 처방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약은 거르지 않고 때마다 먹었다. 그리고 잠은 최대한 많이 잤다. 조깅이나 가벼운 운동을 했다. 햇볕을 많이 쬐라는 선생님의 조언에 마치, 광합성을 하는 식물처럼, 그런 식물의 마음과 자세로 공터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우울증이란 것이 어느 날 문득 확,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재발률도 높고 자기 컨디션 관리에 늘 신경을 써야만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나 자신을 많이 사랑해야 하는 것 같다.


3.

혹자는 우울증을 어떻게 극복했냐고 묻는다. 그때마다 나는 아무런 조언도 하지 못한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우울증을 이겨냈다는 생각은 들지 않으니까. 지금은 잠잠해졌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도 모를, 폭탄을 안고 사는 기분? 그런 상황 속에 놓여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 한 구석에는 늘 불안함이 자리하고 있다.


불안하기에, 글을 쓴다.


이제 곧 나의 신작들을 발표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내가 우울증이란 병을 지독하게 앓았기에,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우울증이지만, 우울증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참전용사 출신 김중사 할아버지.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고 있는 119 구급대원 연주. 회사에서 쫓겨난 후, 극단적인 생각을 늘 품고 있는 위기의 중년가장 길우. 그리고 가정폭력으로 가출을 한 여고생 선미까지. 전혀 다른 남남이 만나 가족과 같은 연대를 이루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래서 제목이 가족의 완성(가제)이다. 올해는 낭독회를 하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공연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이 매거진은, 이전과는 다른,


조금은 진지하고, 이전보다는 훨씬 솔직한, 나만의 작품 제작기가 될 것이다.



4.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그리고 모두의 마음이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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