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된 공간. 모든 것이 공장에서 만들어진 듯 매끈한 표면과 딱딱한 질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공적인 공기는 정해진 박자에 맞춰 주입되고, 내부는 몇 년이 흘러도 변함없을 것 같은 온도로 유지되고 있다. 그렇게 모든 것이 갖추어진, 모든 것이 가짜인 공간 속에서 자신을 잃지 않을 이는 과연 몇이나 될까. 숨을 쉬는 주체는 힘 없이 객체가 되어버린다. 조금의 저항할 틈도, 그러한 필요성도 주어지지 않는다. 한때 나의 것이라 확신했던 무언가가 더이상 나의 것이 아니다. 그렇게 고요히, 소모되어야 마땅한 존재로 전락되어버린다.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시들지 않고 기다리는 일. 이 공간 바깥으로 나가는 날을 기다리는 일. 그것이 객체로서 존재하는 이유이고, 객체로서 마땅히 해야만 하는 일이니까. 그렇게 적막에 가까운 숨을 들이마시며 공허를 씻어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