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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들닙 Jan 30. 2022

올리브 나무

 우리에게는 붙잡으려 노력해도 도저히 집중할 수 없는 단상이 있다. 찰나의 가벼운 무게감. 도처에 흩어진 파편들과 함께 마음이 산란해질 뿐이다.


 햇살 아래 한 그루의 올리브 나무로 예정 없던 바람이 불어온다. 준비할 겨를도 없이 그 바람을 한껏 맞는다. 풍성한 공기에 담긴 엷은 향을 흠뻑 마신다. 자신보다 무거운 탓에 중심을 잃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마치 슬프게 추는 춤 같다. 느리고 가벼운 움직임은 슬픈 풀빛을 그려낸다. 바람은 올리브 나무를 깊은 시간 밑으로 데려간다. 적막이 감도는 이 공간에는 어떠한 불청객의 기척도 없다. 올리브 나무는 자신의 아래를 내려다본다. 의미 모를 자국들이 엉성한 간격으로 흩어져 있다. 얕게 팬 흔적에서 원래의 모습을 떠올린다. 그 시작은 어떤 질감이었을지 생각을 더해본다. 풀리지 않는 의문에 그는 자신의 잎사귀를 나무라보지만, 여전히 그것은 생기 있는 초록빛만을 띠고 있을 뿐이다. 그때 초대받지 않은 손님의 소리가 들려온다. 멀리서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은 곧 굴러오는 움직임이 되고, 특정할 수 없던 존재는 커다란 돌덩이가 된다. 사방을 무겁게 막아버릴 것만 같은 모양새에 잠시 숨을 참아본다. 낯설지만 익숙한 감각, 헷갈리고 아둔한 감정. 그러나 머지않아 바람이 가볍게 흩어지면, 올리브 나무는 다시 햇살 아래에 덩그러니 놓이게 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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