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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선생 Sep 01. 2018

#0. 남미에서 한국을 가르치고 배웁니다.

지구 반대편 파라과이의 한국학과 한국어 교육

파라과이는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아주 먼 국가이다. 파라과이에 가려면 비행기를 타는 시간만 20시간이 넘고, 경유할 때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30시간을 넘게 여행해야 한다.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파라과이의 한국학 수준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라과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세 번 놀란다. 우선, 이렇게 먼 곳에서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에 한 번 놀라고, 국립교원대학교에 한국어교육학과가 있다는 이야기에 두 번 놀라고,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는 이야기에 세 번 놀란다. 아직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놀라운 걸음을 내딛고 있는 파라과이의 한국학 현황과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파라과이는 한국과 지구 반대편에 있다

주파라과이 한국 교육원

 파라과이에서 현지인들에게 한국문화와 한국어 교육을 하는 견인차 역할을 하는 곳은 주 파라과이 한국 교육원이다. 한국학에 대한 전문적인 강의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어 강의를 중심으로 한국 문화 교육, 장학 사업 등을 통해 한국 전문가에 대한 초석을 다지도 있다. 한국학 강의가 특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므로, 한국어 강의를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한국 교육원의 한국어 강의는 교육원 강좌와 파라과이 현지 학교 및 기관 강좌로 나뉜다. 우선, 한국 교육원의 한국어 강의는 입문반, 1A, 1B, 1C, 2A, 2B, 2C, 3A, 3B, 3C, 중급 A, 중급 B의 12개의 강좌가 있다. 한 학기는 1주일에 4시간씩 10주의 강의로 구성이 되어 있고, 1년에 4학기가 이루어진다. 15명의 강사들이 근무하고 있으며, 한 학기에 평균 300명 정도의 학생들이 교육원에서 수강하고 있다. 한 학기가 끝날 때마다 민속놀이, 영화감상, 한국음식 만들기, 말하기 대회, K POP 장기자랑 등 문화 행사가 있고, 사물놀이 동아리, 부채춤 동아리, 연극 동아리 등을 운영하여 언어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파라과이 초등학교 한국어를 배우는 학생들
현지 학교 수업 모습
2015년 한국 교육원 학생들과

 한국 교육원에서는 교육원 강좌 외에도 현지 학교 및 기관 강의를 맡고 있다. 현지 학교 및 기관 강의는 교육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사들을 학교와 기관에 파견하여 수업을 진행하는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7개의 초등학교, 4개의 초등 및 중등학교(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한 학교에 있는 경우), 2개의 중학교, 3개의 고등학교, 2개의 대학교 등 총 18개의 교육기관과 3개의 기관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초등학교 725명, 초등 및 중등학교 676명, 중학교 73명, 고등학교 526명, 대학교 82명, 그 외 기관 29명 등 2111명의 학생들(2017년 기준)이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40분 ~ 50분 수업을 진행한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맞는 교재를 자체 개발하여 수업을 하고 있고, 학교 행사에서 한국 문화 행사를 함께 준비하는 등 현지 학생들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노력하고 있다.  


파라과이 국립교원대학교

다음으로, 파라과이 국립교원대학교(ISE, Instituto Superior de Educación Dr. Raúl Peña)의 한국어 교육학과를 소개하겠다. 국립교원대학교는 파라과이 교육부의 산하기관으로서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한 학교로, 여기를 졸업한 학생들은 초·중·고등학교 교사로서 활동한다. 이러한 국립 교사 양성 기관은 수도인 아순시온에서 이곳이 유일하며, 외국어 교육과정으로는 영어 교육학과와 한국어 교육학과가 있다. 한국어 교육학과는 중남미에서 유일하게 ’ 한국어 교육자’를 양성하는 학과로서, 한국인을 통한 1세대 한국어 교육을 넘어, 현지인을 통한 2세대 한국어 교육이라는 멀고도 가까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만들어진 학과이다. 2012년에 한국어 교육학과 신설을 위한 파라과이 국립교원대학교-주파라과이 한국교육원 간 MOU 체결을 통해 시작되었고, 2013년부터 신입생을 받아 현재 4개 학년 46명이 재학 중이며, 2017년 상반기에 첫 졸업생 배출했다. 파라과이 내에서 학과가 점차 알려지면서 학생수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ISE 입구 (출처: ISE 홈페이지)

파라과이의 교사 양성 기관에 학과가 자리 잡은 만큼, 한국어뿐만 아니라 교육자로서의 역량을 다지기 위해 2학년 때부터 교생실습을 나가고 있으며, 학생들이 교생 실습을 하고 있는 학교는 한국교육원에서 교사를 파견하여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초·중·고등학교이다. 더불어, 언어와 문화에 모두 능통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대사관과 교육원 주최의 다양한 한국 문화 활동에 참여하고 있고, 파라과이에 있는 한국 관련 기관 방문, 한국 관련 인사 간담회 등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2016년 6월부터 한국학 진흥사업단의 씨앗형 사업에 선정되어 세미나, 학술대회, 필드트립 등 한국학의 기반을 다질 수 있는 사업들을 진행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2015년에는 대사관과 교육원, THN 등을 비롯한 한국 관련 기관들의 협조를 받아 900여 권의 한국어와 한국 문화 관련 책을 소장한 한국어 실습실을 마련하기도 하였다.  

파라과이 현지 학교에서 교육 실습 중인 ISE 학생
한국어 실습실 개소식 (2015년 주 파라과이 한국 대사님과 한국교육원 원장님께서 오셨다)

파라과이에서 한국학은 사실 한국학 진흥사업단의 씨앗형 사업을 통해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고 볼 수 있다. 한국어 교육을 바탕으로 한국을 알리는 수준에서 좀 더 나아가, 이제 한국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갖춘 한국 전문가를 양성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어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학에 대한 현지 관심도 많이 이끌어내야 한다. 씨앗형 사업을 통해 파라과이의 한국학에 대한 관심 증대에 많은 기여를 하고자 한다. 특히 파라과이 국립교원대학교에서는 중남미에서 한국어와 한국학에 능통한 교육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발판을 다져가고 있어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된다. 지구 반대편 국가의 작은 한 걸음 한 걸음이지만, 이 한 걸음이 열 걸음이 되도록 한국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봐 주면 좋겠다.


@ISE 한국어교육학과 Facebook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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