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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곰 Apr 19. 2024

외로운 사람들

이런 외로움이라면, 이런 방황이라면. 이렇게라도 함께라면.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저/ 류순미 역, 2018, 클.]을 읽고 쓴 내용입니다. 혹시 책을 읽으실 계획이시라면 읽은 후에 다시 돌아오셔서 아래 글을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에는 이 책이 특히 외롭고 방황하는 분들께 따뜻함을 드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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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속에는 한 순간 자신의 전부였던 사랑하는 안식처와 같은 서점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청년이 있었다. 그리고 시대를 풍미하던 화려한 시절에서 낡고 잊히기까지 그 모든 시간을 지나 온 마을과, 이제는 사람이 많이 찾지 않는 옛 마을에서 정성을 들여 꾸려 온 서점을 지켜 온 노인이 있었다. 이 노인은 병마와 싸우게 되어 생의 갈림길에 서게 되었는데, 그가 돌보고 있는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 곁이 아니면 학대하는 계부의 집으로 돌아가 살 수밖에 없었고 소년의 엄마는 많이 아팠다. 


    소년은 계부에게 학대당하던 시절 작고 외롭고 슬펐지만, 최근 할아버지와 살게 된 1년은 정말 행복했다. 할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하고, 이제 학대받던 집으로 돌아가야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작고 외롭고 슬퍼졌을 때, 한 청년이 나타났다. 청년 역시 상처받은 소년시절을 보냈고 사회에서 받은 상처도 채 아물지 않았지만, 할아버지와 소년 그리고 서점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자연스러울 만큼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점에서 다시 일하게 된다는 것은 그 자신에게도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방법이 되었다. 그렇게 청년과 소년은 할아버지가 완쾌될 때까지 무리 없이 서점을 운영할 수 있었다.


    우리는 (적어도 나는) 방황할 때 주로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아마도 방황은 옆에서 누가 같이 해주지 않고 오롯이 혼자 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 있어도 방황은 나 혼자 하는 것만 같은 생각이 드니까. 그래서 더 어렵고, 그래서 금방 슬퍼진다. 그런데 소설 속 주인공들은 함께 모여 결국엔 누구는 방황과 외로움을 끝내고, 누구는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더 이상 외롭지 않게 되고, 그리고 누구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마음의 방황을 어느 정도 끝낼 수 있었다. 


    외로움과 방황을 줄여가는 과정에는 사람들이 있었다. 가족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았다. 전혀 만나 본 적이 없는 사람이어도 마음이 맞는 사람이기만 하다면 그대로 좋았다. 그리고 모든 일이 마법처럼 술술 흘러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하나하나 순간순간 선택의 결과였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기로 결정하는 것. 그 사람의 제안을 들어보고 받아들일지 말지 결정하는 것. 받아들인 제안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의 노력을 붓느냐 하는 것. 이런 것들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요즘의 내게 '꼭 해야 하는 일이 아니니 아무거나 해봐도 된다'는 말은 참 고맙다. 방황이라기보다 늘 조금 외로운데, 그래서 무언가 결정해 나갈 수 있다면 이것도 바뀌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참조: [오후도 서점 이야기, 무라야마 사키 저/ 류순미 역, 2018, 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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