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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대현 Mar 11. 2023

작가 노트) 05 모든 이가 행복하기를

거절의 순간은 언제나 쓰라리지만 이내 괜찮아지고

아주 오랜만에 글을 쓴다. 작년 3,4분기 어느 문학상을 목표로 몇 개월간 장편 소설을 적었는데 실력이 모자라서 입상하지 못했다. 주위 사람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는데 한동안 마음이 쓰라렸던 것을 보면 말과 마음은 사뭇 달랐던 듯싶다.


그동안 적어왔던 습작들과는 다르게 초고를 적고 나서도 수정하고 싶은 게 그다지 없는 작품이었다. 구상하는 것도 재밌었고, 적는 것도 행복했다. 탈고를 하고 나서는 한 단계 성장했다는 성취감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았다. 주변 사람들의 반응도 나쁘지 않아서 마음이 설렘으로 적잖이 부풀어 올랐다. 허나, 결과는 내 바람과는 되지 않았다.     


나는 생각의 바리게이트를 설치하고 무엇이 문제였는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하나하나 곱씹어보았지만 아무 것도 깨닫지 못했다. 나는 나로부터, 작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타인이 보기에 미숙아처럼 보일지언정 내 눈에는 우량아처럼 보이는 작품이었다. 마음이 아프다 못해 쓰라렸다.

수정할 게 그다지 보이지 않았다. 완벽해서가 아니라 하나를 수정하면 구성 자체가 완전히 망가지는 형태였다. 나는 결국 내 실력이 모자란 것을 받아들이면서 작품을 최소한으로 변호하고, 끌어안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몇 개월이 흐른 뒤, 크고 작은 회사에 작품을 투고하기 시작했다. 작품에 대한 애착과 자신이 있었기에 이전 습작들과는 다르게 작품을 방치하거나 포기할 수 없었다. 반응은 제각각 달랐다. 어투는 달랐지만 출간을 단칼에 거절하는 회사가 있었고, 흥미로운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긍정의 의사를 표시한 회사가 있었다.  


과정 속에서 성장한 덕택이었을까. 거절의 순간은 언제나 쓰라렸지만 이내 괜찮아졌고, 제안과 승낙의 순간은 환희로 벅차올랐지만 이내 잠잠해졌다. 나보다 최측근 몇몇이 더욱더 슬퍼하거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보다 더 나의 성공을 바라는 이들이 있다는 건 내가 아주 헛산 것은 아닌 듯하다.    

  

몸과 마음이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지나가고, 봄이 오는 낌새가 느껴진다. 구상하거나 쓰다 말았던 단편 소설들을 다시금 적어야겠다. 부디 잘 됐으면 좋겠다. 나뿐만 아니라 치열하게 작품을 구상하고, 적고, 결과를 기다리면서 눈물 흘렸던 모든 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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