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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잼인 Apr 02. 2022

뉴스레러의 주말

뉴스레터 발행 2주년을 앞두고

4월 7일이면, 발행 2주년이 되기 때문에 그 기념으로 뉴스레러의 주말을 기록해본다. 참고로, 뉴스레터 원고는 동료와 격주로 번갈아 쓰지만, 이 글은 내가 원고 쓸 차례인 주말을 기준으로 썼다.



토요일 : 뉴스레터 초고 작성

아침 7시 반, 알람에 맞춰 눈을 뜬다. 아침밥을 차려 먹고, 커피를 들고 내 방으로 돌아와 노트북을 켜 뉴스레터 원고 구글 문서를 연다. 아, 인사말부터 막힌다. 이번 주엔 무슨 얘기로 가볍게 안부를 물어야 하나 고민하다가 만우절 특집 레터에 대한 이야기를 적었다. 안 열어본 독자도 있을 테니, 특집 레터의 링크도 살포시 달아둔다.


이제 제일 어려운 메뉴 추천 코너로 넘어왔다. 웬만한 메뉴를 다 추천했기 때문에 뭘 추천해야 할지가 매번 막막하다. 배달 어플을 열어 메뉴를 훑어보고, 그동안 추천한 메뉴를 모아둔 노션으로 가서 중복되진 않는지 찾아본다. 겹치지 않는 메뉴를 2개 정도 후보로 두고, 직장생활과 연결해볼 만한 걸 고른다. 직장생활의 애환이나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스토리를 이렇게 저렇게 엮어서 이번 주도 간신히 메뉴를 추천한다.


가장 어려운 코너를 지나오면, 그다음은 스몰토크 추천 코너이다. 스몰토크 추천 코너에서는 어떻게 하면 쉽고, 짧게 기사를 요약할지를 고민한다. 종종 어려운… 과학 기사가 있는데, 뼛속까지 문과로서 기사에서 말하는 과학 원리를 이해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럴 때는 머리를 싸매고 다른 연관 기사를 찾아보면서 이해하는 편이다. 같은 소재를 보도해도 기사마다 약간씩 다르게 표현하기 때문에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직장 동료와 할법한 대화 예시를 생각해내기도 쉽지는 않은데, 어떻게 그 소재를 자연스럽게 꺼낼까 타이밍을 잡는 게 가장 어렵다. 내 특기인 상상력을 발휘해서 동료와 대화하는 상상을 하며 최대한 억지스럽지 않은 예시를 들려고 하고 있다. 살짝 고백하자면 가끔은 ‘음, 너무 억지스러운데’라고 생각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내보내는 경우도 있다. 더 좋은 게 없을까 고민하느라 멈춰있으면 시간은 속절없이 흐르고, 붙잡고 있는다고 좋은 생각이 나오지도 않는다.


그렇게 초고를 다 적고 나면, 오전 10시 반 정도가 된다. 스트레칭을 조금 한 후에 점심 약속을 나가거나 혼자 놀러 나간다. 예전에는 뉴스레터 작업을 오후 시간에 작업해서 주말 여유시간을 즐기지 못했는데, 제대로 쉬지를 못하니 번아웃이 자주 오는 것 같았다. 주중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는 기분이었달까… 번아웃을 막기 위해 리프레쉬 하는 시간을 확보해야 하므로 아침 일찍부터 부지런히 뉴스레터 작업을 한다.



일요일 : 일러스트 작업과 편집

오전 7시 반, 알람에 맞춰 또 눈을 뜬다. 똑같이 아침을 먹고, 커피를 들고 책상 앞에 앉아 이번엔 아이패드를 켠다. 어제 작성한 원고 내용에 맞춰서 5개의 일러스트를 그린다. 글 쓰는 것보다 시간이 많이 들고, 실력의 한계를 많이 느껴서 그릴 때마다 ‘왜 처음부터 일러스트까지 그려서 넣기로 한 걸까…’ 자책하곤 한다. 하지만… 일러스트가 빠지면 슬점만의 아기자기하고 따뜻한 느낌이 사라질 게 명백하기 때문에 매번 그려내고 있다. 엉엉…


그림 중 가장 어려운 건 역시 메뉴 그림으로, 전체 일러스트 작업 시간 중 50%가 쓰인다. 맛없게 그리기는 싫다는 욕심에 시간을 많이 쓰게 된다. 그래도 실력의 한계로 더이상 표현이 되지 않을 때는 마음을 내려놓고 그냥 저장하긴 하지만. 메뉴 그림에서 에너지를 많이 뺐기 때문에 나머지 스몰토크용 그림들은 힘을 빼놓고 그리는 편이다.


그림을 그리면서 일주일 동안 쌓아두고 있었던 팟캐스트들을 듣는다. <시스터후드>, <비혼세>, <큰일은 여자가 해야지>,<영혼의 노숙자> 순회를 돌면서 ‘맞아, 맞아’ 공감하기도 하고, 피식 웃기도 하면서 작업한다. 이 시간에 들으려고 일부러 안 듣고 기다리기도 하는데, 이 여성 창작자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작업하면 외롭지 않기 때문이다. 조곤조곤 하는 말이나 웃음소리 덕분에 혼자 있는 것 같지 않고, 여성 창작자들의 기를(?) 받으며 작업을 이어간다.


이렇게 작업을 하면 빨리 작업할 때는 12시 전에 끝나고, 늘어질 때는 1시쯤에 끝난다. 다 하고 나면 기력이 달려서 침대에 잠깐 누워있다가 오후 3~4시쯤 동료가 원고 검수를 했다는 톡을 보내오면, 다시 일어나서 마무리 편집을 하고 테스트 발송을 하고는 그 주 화요일 8시 30분에 맞춰 예약을 걸어놓는다. 드디어 끝!



성취감보다는 안도감

이제는 뉴스레터를 만드는 뉴스레러로서의 정체성이 나를 설명하는데 빼놓을 수 없고, 이 정체성이 있어야 나답다고 느껴서 루틴처럼 이 작업을 한다. 그리고 작업을 끝내고 나면 이번 주도 무사히 끝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밥 한끼를 챙겨먹고 난 후의 후련함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안정적인 일상을 굴린다는 것에서 오는 만족감 덕분에 뉴스레터의 오픈율과 클릭률이 높지 않은 날에도 타격감이 크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만약 뉴스레터를 회사 일로서 발행했다면, 이렇게 안일한 마음가짐으로 하지는 못했을 거다. 성과를 내야 하는 회사와는 다르게 어쩌면 우리는 힘을 빼고 할 수 있는 특권을 즐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특권을 계속 즐기기 위해 나름의 작업 루틴을 만들어낸 거고. 뉴스레터 때문에 분명 여유로운 주말은 보내지 못하지만, 2년 전으로 돌아간다고 해도 뉴스레터를 발행할 거다.



+ 발행하고 있는 뉴스레터 <슬점>의 링크입니다.

매주 화요일마다 점심메뉴와 동료와 가볍게 대화하기 좋은 대화 주제를 보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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