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1년 4월에 작성한 글인데, 편집을 이제야 했네요. 이 글을 올리는 지금은 뉴스레터를 발행한 지 1년 8개월이 되었답니다.
올해 4월, 어느덧 뉴스레터를 발행한 지 1년이 되었다. 세상에. 1년이나 할지 정말 몰랐다. 하다 보니 1년이 됐다. 1년이 지난 지금,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뉴스레러로서의 솔직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어 이 글을 남긴다.
너무 뜨거워지지 않기
매주 평일에 본업을 하면서 주말마다 뉴스레터를 만드는 건 분명 쉬운 일은 아니었다. 특히 본업이 바쁜 시즌엔 더더욱 주말에 늘어져 있지 못한다는 점에서 힘들었다. 솔직히 그럴 때는 힘을 빼고 뉴스레터를 발행하곤 했다. 어떻게 매회 재밌을 수 있으랴... 구독자가 읽으면서 피식했으면 좋겠다는 욕심은 비우고,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발행한다는 데에 의의를 두는 때도 있었다. 우리에겐 에너지가 한정되어 있고, 남아있는 에너지에 따라 유연하게 욕심을 조절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했다.
그리고 지금은 예전보다 구독자 수에 대한 욕심도 줄었고 수신거부에도 좀 더 의연해졌다. '그런가 보다~ 무슨 문제가 없으면 된 거다~' 하고 받아들이고 있다. 드라마 <멜로가 체질>에서 주인공(임진주)은 연인(손범수)에게 너무 뜨거워지지 말고, 딱 이 정도 온도로 지내자라고 말하는데, 지금 내가 뉴스레터를 대하는 태도도 비슷하다.
구독자로부터 받는 피드백 중 가장 뭉클한 건 "오래오래 해주셨으면 좋겠어요."인데, 오래 보고 싶다는 말만큼 낭만적인 게 있을까 싶다. 사실 오래 하고 싶다는 목표가 있는 건 아니다. 다만, 그냥 할 수 있는 데까지는 지속하고 싶을 뿐인데, 롤러코스터 같은 온도는 이 지속에 도움되지 않는다. 이런 날도 있고, 저런 날도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조금은 차분해지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아 자연스럽게 온도 조절을 하게 됐다.
새로운 게 필요해
매주 루틴처럼 제작을 하는데, 습관이 되어서 또는 같은 포맷으로 지속하고 있어서 그런지 가끔은 스스로 지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음, 이래서 다들 개편을 중간에 하는구나.'라고 생각하면서도 바로 개편에 들어가진 못했고, 조금씩 뉴스레터 디자인을 샘플로 만들어 보고 있다. 조만간 날 잡고 동료와 워크숍이라도 가서 개편할 계획이다
* 2021년 9월 개편 완료
이 권태로움을 격파해보기 위해 중간에 특별호를 내보내기도 했다. 대망의 만우절 편! 슬점은 2020년 4월 7일에 처음 발행됐는데, 이때 우리끼리 '내년엔 만우절 특집으로 재밌는 거 하자'하고 약속을 했더랬다. 창간호부터 만우절 특집으로 할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1주년 기념으로 동료가 <술점>이라는 아이디어를 들고 왔다. 동료가 작성한 테스트 메일을 받아 보고는 한참을 웃으며, "이거는 된다! 다들 속을 거다!!" 하고 서로 즐거워했다. 역시나 많은 분들이 재밌어했고, 여기저기서 긍정적인 피드백도 많이 들어서 기운을 얻었다. 확실히 우리에게도, 구독자에게도 리프레쉬되는 레터였고, 가끔 이렇게 순전히 재미만을 위해 하는 이벤트도 서로에게 필요하다. 재밌자고 하는 뉴스레터 발행이니까!
제안 메일이 왔다. 어떡하지?
그리고 발행 1년이 되어가는 시점부터 협업이나 광고 제안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했다. 처음 제안 메일을 받았을 때 기쁘면서도 '근데 어떡하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동시에 들었다. 해보지 않은 작업에 손을 벌벌 떨면서도 하겠다고 한 건, 광고나 협업이 우리의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해봤더니, 역시나 너무나 새로웠다.
우선, 의사소통 방식부터 새로웠다. 본업에서는 메일을 써도 간략하게 쓰고, 전화로 소통하는 일이 많았다. 반면 콘텐츠 분야는 메일로 보다 구체적으로 내용을 주고받았고, 그 방식으로 일해보니 훨씬 일이 효율적이고 정확하게 진행된다는 걸 배웠다. 새로운 경험을 한 덕분에 본업에서도 메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내 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를 경험하고, 흡수할 수 있다는 점이 사이드 프로젝트의 매력 아닐까? 그리고 시행착오를 겪으며 협업이나 광고에 대한 나름의 기준도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본업과 병행할 수 있는 정도의 노동 강도여야 할 것, 단가나 수정 횟수를 사전에 정확히 서로 확인할 것 등... 거듭할수록 우리에게 맞는 작업 방식을 찾아가게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재밌는 일이라도 돈을 버는 "일"이 된다면, 순식간에 재미가 떨어진다. 뉴스레터 관련된 작업은 다 재밌어할 줄 알았는데, 자본주의가 개입되는 순간 이렇게 짜게 식다니... 이 역시 정말 새로운 경험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하던 마음은 잠시 접게 되고, 일하는 사람의 모드로 바뀌게 되는 경험을 했다. 머리를 부여잡고, 스트레스를 받고, 성과가 잘 나오나 노심초사하게 된다. 그렇게 한 작업을 마무리하면 받은 작업비로 동료와 자축의 맥주 한 잔 할 때, 짜릿하다.
아니 근데, 진짜 1년이나 할 줄은 몰랐다. 회사에 새로 입사한 분이 내게 "여기서 일하신 지 얼마나 되셨어요?"라고 물었을 때, "어... 5년 됐네요. 허..."라고 스스로 놀라면서 대답하게 되는데, 딱 그 기분이다. 하다 보니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앞으로도 그러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