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뉴스레러의 아픔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볼까. 바로 수신거부이다. 뉴스레터를 발행해온지 1년이 되어가는 지금도 수신 거부 화면에 숫자가 떠있는 걸 보는 건 마음이 아프다. 전체 구독자 수가 늘면서, 유입 경로가 다양해지면서 수신 거부의 수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걸 머리로는 안다. 그럼에도 슬픈 건 어쩔 수 없다. 다른 뉴스레터 발행인들은 어떨까 궁금하다. '나 혼자 이렇게 지질한 거 아니여..?' 하는 걱정이 들긴 하지만, 일단 나는 수신 거부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공유하고 싶다.
수신 거부에 대처하는 뉴스레러의 자세 STEP 3
STEP 1. 수신 거부한 구독자를 빨리 주소록에서 삭제한다
주소록에서 바로 삭제하지 않아도 더 이상 그 구독자에게 메일은 발송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빨리 삭제하는 이유는 그 숫자를 볼 때마다 슬퍼지기 때문이다. 단지 그뿐이다. 마치 내가 매수한 주식이 떨어질 때는 주식창을 안 보는 게 정신건강에 좋듯이...
STEP 2. '수신거부는 수신거부일 뿐이다.'라고 마인드 컨트롤한다
수신거부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거다. 더 이상 뉴스레터가 재밌지 않다거나, 내가 원하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거나, 다른 이메일로 다시 구독하기 위해서이거나... 하지만 수신거부 숫자를 딱 보는 순간에 오만 걱정을 하게 된다. 우리 뉴스레터의 어떤 부분이 맘에 들지 않았던 걸까? 부적절한 표현을 한 부분이 있는 걸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 같을 때는 마인드 컨트롤을 시도한다. 진~~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면, 올바르지 않은 표현을 한 부분이 있다면, "아쉬워요" 피드백에 의견을 남겼을 테니까 너무 과대 해석하지 말자고.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라면, 이 콘텐츠에 대한 피드백을 창작자에 대한 공격으로 착각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게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어떤 뉴스레터를 수신 거부했을 때를 떠올려보자. 내가 이 뉴스레터를 자꾸 열어보지 않게 돼서, 내게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정보여서 수신거부를 누른 경우가 훨씬 많았다. 수신거부는 수신거부일 뿐이다.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지 말자.
+ 걱정의 꼬리를 끊어내기 위해 별도의 수신거부 이유를 남기는 링크를 걸어놓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이 뉴스레터가 어떤 기업체에서 발행하는 레터라면 정확한 분석을 위해 그 방법이 좋겠지만, 이건 우리가 재미로 발행하는 뉴스레터인걸! 아직은 그 이유를 보고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서 시도해보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 방법으로 하는 게 좋겠다. 언젠가... 언젠가...
STEP 3. 긍정적인 피드백을 찾아본다
이건 꼭 수신거부의 상처를 위로할 때만 도움되는 게 아니고, 뉴스레터를 발행하다가 좀 마음이 작아지는 때마다 도움이 된다. 그동안 구독자로부터 받았던 "좋았어요" 피드백을 열어본다. 읽다 보면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뉴스레터에 대한 자신감이 다시 차오른다. '맞아, 우리 좋아해 주는 분들이 이렇게나 많은걸! 작아지지 말자'하고 마음을 다잡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구독자 피드백은 지속적인 뉴스레터 발행의 큰 원동력이다.
너무 자신에게 당근만 주는 것이 아니냐고 묻는다면, 맞다. 꼭 말에게 당근과 채찍을 비등비등하게 줘야 잘 뛰는 건 아니다. 당근 10개만 줘도 잘 뛰는 말도 있고, 당근 10개를 줘도 알아서 머릿속으로 스스로 채찍질해서 잘 뛰는 말도 있는걸? 나는 후자에 해당이 돼서 적당히 다독이면서 가야 한다.
말 대신 고라니...
수신 거부에 정말 무뎌지는 날이 올까? 글쎄... 이번 생에 안되지 않을까? 그래도 수신 거부 숫자를 보고 마음으로는 잠시 슬퍼하지만, 이성적으로 확인해봐야 할 사항을 체크해보는 예민하지만 민첩한 아기 고라니 뉴스레러는 될 수 있을 것 같다. 수신 거부를 한 구독자의 최근 오픈율은 어땠는지, 수신 거부를 한 구독자에게 어떤 특징이 있는지 정도를 들여다보고,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고민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