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책<걸리 드링크> 북클럽을 진행합니다
“여자분들은 보통 이 술을 많이 드세요"
여자라면, 메뉴판을 보며 어떤 술을 마실까 고민하던 중에 이런 멘트를 들은 적 있을 것이다. 그리고 백발백중으로 달콤하거나 비주얼적으로 화려한 술이다. 여자들은 그런 술을 좋아한다는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고, 이 편견은 술맛을 팍 떨어지게 한다.
술을 즐기기 시작했을 무렵, 술집에서 매번 듣는 이런 추천이 지긋지긋했다. 그래서 더 오기로 달지 않고 쓴맛이 강한 술을 보란 듯이 주문하고는 했고, ‘그렇게 성별에 따라 추천하는 건 촌스러운 줄 아쇼'라는 뉘앙스를 풍기려는 행위였다.
책 <걸리 드링크>에도 '전복'의 의미를 담아 술을 마시는 여성이 등장한다. 루차라는 1930-40년대 멕시코 여성 가수로, 소프라노 음역대를 부르던 그녀가 성대 손상으로 낮은 음역대를 부르게 되면서 남자만 부를 수 있었던 노래 장르를 부를 수 있게 됐다. 그녀는 긴 머리를 단발로 자르고, 여성복이 아닌 바지를 입으며 무대를 누볐다. 그리고 마초적인 남성성의 상징인 테킬라를 공공장소에서 마셨다!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여성이지만, 그녀에게 강력한 동질감을 느꼈다.
다른 시대를 살고 있지만, 역사 속 여성 술꾼에게 이렇게 공감하게 되는 페이지가 무수히 많다. 피식하며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기도 하고, 과거 여성 술꾼에게 가해졌던 폭력에 미간을 찌푸리게 된다. 책을 읽다 보면, 왜 이 책 뒤표지에 “한 사회가 여성을 대하는 태도를 알고 싶다면, 술잔의 밑바닥을 들여다보면 된다"는 문장이 크게 쓰여 있는지 이해하게 된다. 여성이 안전하게 마음 편히, 내 입맛에 맞는 술을 마실 수 있는 사회야말로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 아닐까?
계속되는 술 이야기에 술 생각이 간절해지기 때문에 맥주 한 잔과 읽기를 추천한다. 그리고 여성 술꾼으로서의 경험도 떠올리고, 동지 여성 술꾼들과 건배하며 이야기를 나누길!
들불에서 유료 북클럽을 진행합니다!
- 일시: 7월 15일(토) 오후 6시 ~ 8시 30분
- 장소: 성수
- 신청: fieldfire.kr/?idx=65
제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제가 '여성'과 '술'을 키워드에 관심이 많다는 걸 아실 텐데요! 그래서 알라딘 북펀딩에서 <걸리 드링크>를 보고 바로 펀딩 했는데, 다음 날 여성 독서 커뮤니티 들불에서 북클럽을 제안해 주셨어요. 이건 운명이다... 하고 바로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사실 많이 두껍습니다. 완독 하시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하시는 분들이 더 많으실 거예요. 다 읽지 못하셔도 참여하실 수 있도록 시대순 요약 자료와 함께 생각과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질문들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북클럽의 목적은 책을 다 읽는 게 아니라, 책을 통해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니까요. 책을 다 읽지 못해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잘 이끌어보겠습니다.
맥주를 마시면서 북클럽을 진행하고, 제가 여성과 관련된 맥주들을 따로 챙겨갈 예정입니다. 함께 나눠 마셔요! 어떻게 관련된 것인지는 오시는 분들께만 알려드립니다. 후후후... 모쪼록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 좋겠습니다.